"급매 없다고 하세요" 집값 하락 견제 들어간 아파트주민회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12.02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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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시세는 안 떨어져요" 조정 우려에 '사전단속'…"실제론 싸늘해진 시장"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머니투데이 DB.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머니투데이 DB.


"우리 아파트 24평형 매매는 6억3000만~6억9000만원, 전세는 최대 5억80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입주 이후 수요가 꾸준해서 시세는 떨어지지 않아요. 다른 단지들과는 다르니 참고 바랍니다."

강북 부도심권의 A아파트 단지 주민회는 최근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를 소유한 주민들에게 오프라인 모임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시세보다 낮은 거래'를 자제할 것을 권했다.



인근에 새 아파트들이 하나 둘씩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반전세(보증부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셋값과 매매가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주민들이 쉬쉬하며 '사전 단속'에 나선 것이다.

실제 이 단지는 최근 전셋값은 3000만원 안팎, 매매가는 4000만~5000만원 가량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상당수 매물의 호가는 정부 대책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단지 주민회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집값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평형별 매매, 전세 거래 시세와 집값 동향을 공유하며 일정 수준 이하로는 거래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현상인데, 주택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송파구 잠실의 B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이후 유리창에 붙어 있는 매물 시세를 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몇 가지 보여줄 게 더 있다"며 '급매'로 나온 집들을 보여주곤 했다.


집주인이 시세보다 3000만원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싫어하니 사이트에 올리거나 드러내놓지 말고 조용히 매수자를 연결해달라"고 부탁한 사례도 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로 싸게 나온 물건은 미리 부탁했거나 고객에게 따로 권하지 세세하게 써서 걸지 않는다"며 "나도 주민인데 정부 대책으로 가뜩이나 집값 걱정인데 '급매' 줄줄이 붙이는 걸 주민들이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11·3 대책 이후 11월 한 달 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전월보다 눈에 띄게 위축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만10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1.9% 늘었지만 전월보단 15.3% 줄었다.

부동산 거래 신고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거래량에는 가을 성수기 물량이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월 대비 거래량이 줄었음에도 실제 시장 온도를 모두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체감하는 시장은 더 싸늘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마포구의 C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너무 올랐던 게 사실이지만 집주인들은 이전 가격으로 팔고 싶어하고 수요자 입장에선 비싸니 거래가 잘 안된다"며 "내년도 전망이 안 좋아 한동안은 뜸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남구 소재 D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도 "그동안 오른 만큼 시장이 안 좋아지면 빠지기 마련이지만 급매물은 주민들 보는 눈도 있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수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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