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자도 입주가능?…LH 매입임대주택, 특혜 시비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6.12.0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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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다가구 주택. /사진=신현우 기자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다가구 주택. /사진=신현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다가구 등을 사들여 공급하는 임대주택 일부에 고액 연봉자도 입주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경우에 가족 수에 따라 제한되는 주택면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고액 연봉자가 홀로 대형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빈집으로 장기 방치된 매입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주택 요건(세대원 포함)만 적용, 소득 기준 없이 입주자를 선착순 모집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칫 고액연봉자가 값싼 임대주택에 거주,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빈집으로 장기 방치된 매입임대주택을 줄이기 위해 추가로 해결책을 찾고 임대주택 매입과정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매입임대주택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마련돼 소득이 낮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시세의 30% 수준으로 공급된다. 특히 무주택 요건만 유지하면 2년 단위로 9회까지 재계약,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1일 LH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빈집으로 장기 방치된 다가구 등 LH 매입임대주택 1211가구의 입주자를 이달 중순 선착순 모집했다. 선착순 입주자 모집의 경우 일반 입주자 모집과 달리 소득 조건이 제외된다. 또한 가구원수별 주택유형과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입주자 모집 시에는 가구원 수에 따라 △1형 2인 이하 가구(서울 1인 이하 가구) △2형 3~4인 가구(2~3인 가구)△3형 5인 이상 가구(4인 이상 가구) 등의 주택 유형만 신청할 수 있다. 희망할 경우 작은 규모 주택에 한해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LH관계자는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매입임대주택의 입주자를 한차례 모집 후 남은 물량을 다시 선착순 모집한 것"이라며 "소득 조건 없이 선착순으로 모집한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두번째"라고 설명했다.


이어 "6월 이전 실시된 입주자 모집의 경우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150% 이하인 자'라는 소득 조건이 있었지만 빈집으로 장기 방치된 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건을 완화, 선착순 모집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성 훼손을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는 "미입주 매입임대주택을 소득제한을 풀어 임의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공공자원의 낭비이자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고액연봉자가 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주거비를 낮춰 자산을 축적할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대주택 매입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실적에만 목맨 결과가 빈집으로 장기 방치되는 매입임대주택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수요 파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에 따라 LH가 빈집으로 장기 방치된 매입임대주택의 선착순 모집 등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특혜 등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빈집으로 계속 방치할 경우 더 문제가 돼 이같이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빈집이 사라질 경우 자연스레 이 같은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매입임대주택의 빈집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 매입 단계부터 물건을 철저히 검증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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