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총회 D-1…"감산 합의 실패하면 배럴당 30달러"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6.11.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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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OPEC이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아" vs "겨울 지난 뒤 봄에 다시 합의하자고 할듯"

지난 5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지난 5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오는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구기구(OPEC) 정기총회에서 OPEC 회원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 국제 유가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OPEC 회원국들이 지난 4월 카타르 도하 회의나 9월 알제리 회의 때보다 이번 회의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글로벌상품전략부문 이사는 "(9월 알제리에서 잠정 합의 이후) 지금와서 OPEC이 빈손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30일에도 합의에 실패하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원유 시장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OPEC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산유량을 통제해 유가를 조정해왔던 방식을 완전 폐기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크로프트 이사는 "모 아니면 도다. 이번 정기 총회에서 합의에 실패하면 유가는 더 빨리,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다. 유가는 40달러선으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 경우 유가는 50달러선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OPEC의 하루 원유 생산량을 2% 줄이는 등의 강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4일 보도했다. 지난 10월보다 110만배럴 줄어든 3250만배럴 수준을 하루 상한선으로 정하겠다는 얘기다.

존 킬도프 어게인캐피털 파트너는 "사우디는 다시 회원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도 "합의가 실패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가 시장의 가격 조정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원유 수요가 정점을 찍는 겨울철이 지난 내년 봄에서야 감산 합의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OPEC의 개입 없이도 내년에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면서 감산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코헨 바클레이즈 에너지·상품 리서치부문 이사는 OPEC이 이번 총회에서 감산 합의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합의 내용은 미진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면피용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사우디나 이라크가 뭐라고 하건 이들은 결국 자기들이 생각하는 대로 할 것"이라며 "이들은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이 면피성 결과를 내놓고 내년 2~3월로 감산을 미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헨 이사는 OPEC이 지난 알제리 회의 때와는 달리 3가지 측면에서 더 강한 감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알제리 회의 당시에는 없던 세 가지 변수가 나타났다"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지난 3분기 미국 셰일가스 업계가 생각보다 더 강한 실적을 나타냈으며,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산유량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석유 부문의 규제를 줄여 미국의 원유 생산을 북돋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에서 미국의 중부 지역과 멕시코만에 원유를 공급하는 '키스톤 XL'(Keystone XL) 송유관 프로젝트에도 찬성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OPEC이 감산 합의를 통해 유가를 올려놓으면 미국 셰일업계에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번번이 산유량 동결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사우디와 이란의 힘겨루기 때문이었다. 지난 4월 카타르 도하에서 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모인 자리에서도 이란의 참여 없이는 감산에 응할 수 없다는 사우디와 지난 1월에서야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의 증산 요구가 충돌해 합의가 무산됐다.

이후 OPEC은 지난 9월 알제리 비공식 회동에서 2008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잠정 합의했다. 9월 기준 하루 3340만배럴인 산유량을 하루 3250만~3300만배럴 수준으로 줄인다는 게 골자였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국제 유가는 지난달 초에 1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배럴당 50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곧 배럴당 40달러대로 복귀했다. 누가 언제부터 산유량을 얼마나 줄일지 정하지 못한 데다 이란 등 일부 회원국이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탓이다. OPEC은 감산 합의 이후 오히려 산유량을 더 늘렸다.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3364만배럴로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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