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벅차고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으며 운동장은 물론 학교 울타리 넘어까지 빵빵하게 울려 나가는 경쾌한 행진곡에 발맞춰 걷고 있자면 마치 내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았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그 곡은 개선행진곡과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다.
이중 라데츠키 행진곡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 단골 앵콜 연주곡으로도 유명하다. 관객인 내가 객석에 앉아 지휘자의 요구에 따라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박수로써 한 곡을 완성시켜가는 이 경험은 아마 쉽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다.
이 행진곡은 경쾌한 타악 리듬을 시작으로 아리랑 선율을 해금이 꿋꿋이 연주하며 현악 4중주의 남도 굿거리 연주 위에 국악기가 사뿐사뿐 날아다니게 만들어졌다. 이 행진곡은 양악 행진곡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전통음악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통음악의 현대적 재해석만이 진정한 국악의 생활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곡은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시리즈 첫번째 음반에 수록한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