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파인트리 콘도 건설 현장 모습. /사진=김사무엘 기자
22일 파인트리 콘도의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매각 예비입찰을 받은 결과 복수의 투자자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투자자의 수를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본입찰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유효한 입찰자가 참여했다"며 "관련 서류를 검토한 후 본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인트리 콘도는 시행사 '더파인트리'가 강북구 우이동 산14-3번지 일대 8만60㎡ 부지에 조성하려 했던 휴양시설이다. 지상 최고 7층 14개동 332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골프연습장, 박물관,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고분양가 논란과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2012년 5월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수천억원대 사업 규모와 서울시의 인허가 규제 등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공정률 43%에서 사업이 멈춘 파인트리 콘도는 2014년 감정평가에서 토지와 건물 등을 합쳐 약 2545억원으로 값이 매겨졌다.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채권단은 값을 더 내렸고 지난해 초 1600억원을 제시한 이랜드에 사업권이 넘어갔다.
지난 6월 한국자산신탁 주관으로 진행된 두 차례 공매에서도 입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매각 가격은 1503억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가격에 공사비까지 적어도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정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업자가 국내에 얼마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규제도 부담이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고도제한 완화 등 특혜 의혹이 문제로 제기됐다. 2012년 시 행정감사에서는 강북구가 최고고도지구인 해당 부지의 건축물 높이 규정을 명확한 근거 없이 7층으로 완화한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파인트리 콘도의 분양가는 객실당 20억~44억원 수준으로 국립공원인 북한산에 규제를 완화해 가면서 소수 부유층을 위한 휴양시설을 짓는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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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관계자는 "북한산에 지어지는 시설이므로 공공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새 사업자가 나타나면 층수를 조정하는 등 설계변경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로 분양형 호텔, 콘도 등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예비입찰 결과는 매각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각 가격은 공매 최소 입찰가격인 1503억원에서 이랜드가 제시했던 가격인 16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 역시 새 주인이 나타나면 인허가 등 관련 행정절차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강북구, 채권단 등과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정상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속히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