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찬바람' 부는 부동산시장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11.23 05:03
글자크기

이달 25일 문 여는 35곳, 분양시장 성패 '판가름'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찬바람' 부는 부동산시장


투기수요를 막아 실수요자의 아파트 당첨 기회를 늘려주겠다는 '11·3 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벌써 시장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된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내림세로 돌아섰고 거래도 눈에 띠게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대책으로 인한 분양시장의 성패는 이번주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서는 35곳의 사업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대책 여파로 그동안 분양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일제히 분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25일 전국에서 모델하우스 문을 여는 곳은 35곳, 2만6258가구에 달한다. 이는 가을 성수기였던 지난달의 물량을 넘어선 규모로 올들어 최대 규모로 점쳐진다.

앞서 정부는 11·3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성남·하남·남양주, 세종시 등 3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분양권 전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고 1순위·재당첨 제한 등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주택공급규칙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개정 전까지 보증서 발급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그 결과 분양보증이 막히면서 3주간 분양시장은 얼어붙다시피 했다. HUG가 지난 15일 분양보증 업무를 재개하면서 사실상 이번주 분양하는 단지들이 첫 적용대상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을 준비하는 단지는 서울 7곳, 경기 남양주 1곳, 경기 화성(동탄) 1곳, 부산 1곳 등 10곳이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팀장은 "그간 묶였던 분양보증이 풀리면서 물량이 쏟아지는 것인데 인기 지역에서 물량이 꽤 많다"며 "이번주 공급되는 단지들이 향후 분양 시장 분위기 예측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에다 금리인상 예고 등 여러 변수가 자리 잡으면서 전망이 밝지 않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 하락했다. 대책 발표 후 3주 연속 내림세로, 가격 하락 폭도 전주(0.08%)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과열의 진원지로 꼽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역시 강도 높은 규제책에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실제 올초부터 가격을 주도했던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는 호가가 수천만원씩 빠지고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예기다.

개포동 인근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책 전까지만 해도 사겠다는 문의가 많았는데 대책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며 "집주인들도 이를 의식한 듯 걷어 들였던 매물을 가격을 낮춰 다시 매물로 내놓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국내 국정혼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신규 분양시장도 대책 영향으로 투기 가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청약 경쟁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