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韓기업 대상 통상분쟁 증가 대비해야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6.11.2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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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 인터뷰]제임스 리 화이트&케이스 서울사무소 대표

화이트&케이스 서울사무소의 제임스 리 대표 / 사진=이동훈기자화이트&케이스 서울사무소의 제임스 리 대표 / 사진=이동훈기자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내에서 다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같은 종류의 제품을 공급하는 한국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같은 기업들에 대한 반(反) 덤핑 제소나 상계관세에 대한 진정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계 로펌 화이트앤케이스(White&Case) 서울사무소의 제임스 리(James Lee) 대표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내에 숨어있던 외국인, 소수자에 대한 혐오심리가 커진 게 사실"이라며 "미국 통상당국의 반덤핑 제소 등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앤케이스는 1901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설립된 로펌으로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국제중재,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국제통상, 상사소송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현재 약 2000명의 변호사가 고용돼 있으며 한국에는 지난해 8월에 진출했다.

리 대표는 "미국 내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차지해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산업이라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겠지만 미국 내 경쟁자가 있는 산업이라면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보호주의적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수차 강조해 온 만큼 통상관련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반덤핑, 상계관세 관련) 진정이 접수된 후 미국 정부가 조사를 하기 전에 조사실행에 대한 소문이 나면 재빨리 대응팀을 꾸려 지난 18개월~24개월간 가격책정 과정(Pricing History)을 면밀히 검토해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조사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므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검토와 대응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TRA의 '글로벌 윈도우'도 이달 10일 내놓은 자료를 통해 "미국식 자유무역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국제통상환경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의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는 행정적 권한에 따라 보호무역정책으로 급선회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의 무역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2014년 KOTRA가 WTO(세계무역기구)를 인용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반덤핑 조사품목은 철강·금속·비금속 부문이 24.9%로 가장 많았고 화학 및 관련제품(14.1%) 플라스틱·고무(11.6%) 기계류·전기제품(5.4%) 등의 제품군도 반덤핑 조사를 많이 받은 업종에 속했다.


리 대표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일한 제품을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하지 않으면 쟁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앞으로 전략적으로 미국에서 현저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경우와 한국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경우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과세유인도 커질 수 있다"며 "관련분쟁이 발생할 때 미국로펌 변호사들의 역할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화이트앤케이스는 현대차, 코웨이 등을 대리해 미국에서 제기된 상사소송을 승소로 이끌었다.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등도 반덤핑 관련 미국당국의 심사나 조사과정에서 화이트앤케이스의 조력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기업들이 피해만 볼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리 대표는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규제완화' '탈규제'를 언급해왔다"며 "지난 금융위기 이후 새로 생긴 다양한 규제들의 완화되는 과정에서 기회요인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테면 미국증시에서의 기업공개(IPO)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중 하나다. 리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제정된 다양한 규제들로 인해 미국에서의 IPO비용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금융부문의 탈규제 등으로 IPO가 증가하게 되면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서 자금조달을 원활히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한 지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화이트앤케이스는 국내 주요 기업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현대차, 코웨이, 현대중공업 등을 대리해 미국에서의 다양한 소송이나 분쟁에 대응한 것 외에도 △국내은행을 대리해 '3조원대 사기대출' 범행을 저지른 모뉴엘과 공모한 미국 IT기업에 대한 소송대리 △중동의 대규모 플랜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제중재기구에서의 한국건설사 대리 △라파즈 한라시멘트 M&A(인수합병) 거래 대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해외 PF딜 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리 대표는 미국에서 다수의 국제상사 소송과 집단소송, 중재, 불공정경쟁 분쟁 등의 부문에서 20년 이상 법정경력을 보유한 소송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M&A 등 금융부문을 담당하는 김경석 외국변호사(미국)를 비롯해 중재부문의 전문가로 꼽히는 마크 굿리치 외국변호사(영국) 등도 서울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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