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실종·가격 하락·금리 부담"…'조정' 맞은 부동산시장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11.2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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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대책 이후 거래 위축·호가 하락…겨울 비수기·금리 인상 등 추가 조정 불가피

11·3 대책을 기점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상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된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가가 내림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며 거래를 옥죄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국내외 정치 혼란 등 불확실성 속에서 한동안 부동산시장이 거래 증발과 함께 조정국면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 하락했다. 지난 3일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 연장과 청약자격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한 이후 3주 연속 내림세다. 가격 하락 폭도 전주의 0.08%에서 2배 이상 확대됐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서 전체 아파트 매매가 오름세도 한풀 꺾였다.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2%에 그쳤다. 이는 보합세를 기록한 1월 첫째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9월 넷째주 0.35%를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거래 실종·가격 하락·금리 부담"…'조정' 맞은 부동산시장


거래도 한산하다. 부동산업계는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동월에 비해 10~2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량 감소는 가격 하락에 선행하는 지표다.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동 잠실 주공 5단지와 신천동 진주아파트 등은 11·3 대책 이후 사실상 매매거래가 멈춰선 가운데 호가가 1000만~3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재건축 기대감 속에 연초 이후 가격 급등세를 이어갔던 양천구 목동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단지별로 이달 거래량이 1~2건에 그치는 가운데 가격 내림세도 뚜렷하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4단지 전용 48㎡형의 경우, 지난달보다 2000만~3000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고 13단지 전용 53㎡ 역시 전달보다 1500만원 하락한 가격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투자 수요와 직결되는 부동산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추가 거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어느새 4% 후반대(이하 5년 고정금리 상품 기준)까지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월 말 4.17%에서 21일 현재 4.81%로 뛰었고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19%에서 4.76%로 올랐다. 이밖에 KB국민은행(4.12→4.69%), 우리은행 (4.21→4.61%)까지 시중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다리는 데다 시기상 겨울철 비수기로 접어드는 만큼 부동산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 호재는 없고 악재투성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가격이 1억~2억원씩 빠지는 등 이른바 부동산 시장의 선두주자들이 약세로 접어들었다"며 "한동안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시장 침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먼저 불확실성이 마무리돼야 시장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트럼플레이션(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국내 국정혼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사라진 이후라야 시장에 활기가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 센터장은 "내년 2월까지는 가격 조정, 거래량 둔화 등 관망 분위기가 강할 것"이라며 "신규 분양시장도 금리 상승, 전매제한 강화 등으로 투기 가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청약 경쟁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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