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은택' 오명 뒤집어쓴 융복합 콘텐츠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11.22 03:29
#지난 3월 2일,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열린 '문화창조아카데미' 1기 입학식.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 학생도, '제2의 삶'을 그리는 52살 학생도 하나같이 달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단 꿈에 부풀었기 때문. "문화콘텐츠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 6월 19일, 역시 문화창조벤처단지의 'CEL데모데이'. 중국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들을 상대로 문화창조융합벨트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격 행사다. 장애인 공유경제 관광 플랫폼이나 홀로그램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체험 관광 등 다양한 콘텐츠에 중국 투자자들의 눈이 쏠렸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여러 질문이 튀어나왔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문화창조아카데미, 두 사업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깊숙이 개입해 이권을 챙긴 대표적인 사업이란 보도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두 장면이다. 두 행사는 모두 열기로 가득했다. "콘텐츠로 뭐라도 해보겠다"는 의지가 비쳤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꿈은 차씨 등 일부 윗선의 '농단'에 산산조각났다.
억울할만한 이는 또 있다. 바로 '융복합콘텐츠'다. 차씨가 밀어붙였단 이유로 '융복합'이란 단어는 '공공의적'이 됐다. 하지만 예술과 기술의 결합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흐름이다. 구글은 '아트카메라'로 전세계 미술관의 작품을 촬영, 약 70억 화소의 기가픽셀 이미지로 더 생생하고 섬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구글아트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특정 대상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이나 '증강현실'(AR)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공연 실황 자체를 영상으로 제작, 상영하기도 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는 2006년 이미 '메트: 라이브인HD' 영상을 제작해 첫 시즌 북미에서만 13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안타깝지만 '융복합'은 당분간 '금기'에 가까운 용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 운영 예산은 각각 341억원, 138억원씩 대폭 삭감됐다. 가상현실 콘텐츠 산업 육성 예산도 마찬가지다. 모두 최순실-차은택 관련 사업이란 이유다. 이들의 욕심은 고스란히 창작자들이 감당해야 할 짐으로 되돌아왔다. '문화융성' 구호가 새삼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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