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영의 말 바꾸기와 청탁 의혹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6.11.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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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영의 말 바꾸기와 청탁 의혹


'사랑으로'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부영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 출연을 대가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부영은 이달 초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이중근 부영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을 만난 적 조차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던 부영은 15일 만에 "만난 건 사실"이라며 공식적으로 말을 바꿨다.



약 2주 만에 태도가 바뀐 이유는 검찰이 김시병 부영 사장을 대상으로 돈을 출연한 경위와 과정을 집중 조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뒤늦게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부영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3억원을 기부한 것 외에도 70억~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받았다.



한겨레신문은 18일 K스포츠재단 관계자의 검찰 제출 서면 진술서를 토대로 이 회장이 지난 2월26일 안 전 수석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돕긴 하겠지만 지금 받고 있는 세무조사가 억울한 점이 있으니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검찰이 이 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부영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이 회장이 안 전 수석을 잠깐 만나기는 했지만 세무 조사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회장의 세무조사 청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영은 또 한 번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 대가 없이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낮고 단순히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출연해도 뇌물 관련 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평소 국내외 기부활동으로도 유명하다. 부영그룹이 주요 사업 관련해서는 잘 드러내지 않지만 이 회장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한 영향이 크다. 이 회장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이미지가 이번 한 번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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