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로 글로벌화, 기술혁신 등으로 80년대 이래 백인 근로자의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악화된 점이다. 1984년에 비해 제조업 규모가 2배 커졌지만 일자리는 3분의1가량 줄었다. 노동분배율이 1970년 68.8%에서 2013년 60.7%로 낮아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심플한 화두로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았다.
앞으로의 과제가 녹록지 않다. 1차로 경제를 살려달라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2010년 10월 10.1%던 실업률이 4.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고용률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위(中位) 가계소득이 1999년 5만6080달러에서 2012년 5만1017달러로 줄어들었다. 약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하는 감세정책은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칠 확률이 높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은 글로벌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스트롱맨 숭배 행태는 전통 우방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이런 우려가 표출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당선을 ‘세계 10대 리스크’에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강한 미국’ 슬로건은 밴더빌트대 래리 바텔스 교수의 주장처럼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향수’에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경험이 없는 그가 글로벌 역학관계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려스럽다.
오바마 대통령의 흔적을 어떻게 지워나갈 것인가. 그는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했다. 2010년 법 제정 이후 2000만명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의료보험 미가입 비율도 2013년 13.3%에서 2016년 상반기 8.6%로 급속히 떨어졌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오바마케어 폐지는 이들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폐지도 난제다. 웰스파고, 모간스탠리 등 주요 은행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금융규제 체계에 적응해왔다. 투기적 투자행위를 규제하는 ‘볼커룰’ 폐지에 역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국가지도자로의 변신에 성공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