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삼성전자 '신의 한수' 될까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6.11.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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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81,700원 ▼100 -0.12%)가 미국 오디오 전문그룹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 진출 본격화를 선언하면서 관련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일 하만을 총 80억달러(약 한화 9조376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5일 오전 11시24분 현재 전일대비 5000원(0.32%) 오른 155만8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흘만의 상승세다.

삼성전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경계감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되자 11일과 14일 각각 3.09%, 2.82%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하만 인수합병(M&A)으로 매수세가 제기되면서 전장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삼성, 전장사업 본격화=삼성전자는 지난해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자동차 업계의 견제와 높은 진입장벽은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하만 인수로 삼성전자는 길 안내 등 운행 정보와 즐길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단숨에 승기를 잡게 됐다는 평가다.

하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 시장점유율 24%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로 정보통신 기술과자동차를 연결시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드카 시장에서는 연평균 약 9%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시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기술과 하만의 기술이 결합될 경우 나타날 시너지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과 10월 삼성전자가 인수한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업체인 조이언트,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기업 비브랩스 등과의 시너지도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선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만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IoT(사물인터넷), 대중화된 다수의 고급 브랜드, 글로벌 유통망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삼성의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접목하면 향후 보쉬, 컨티넨탈 등과 경쟁시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 관점에서 이번 M&A는 신의 한수”라고 평가했다.

9조원대의 대규모 M&A로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투자라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3D 낸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자본적지출(capex)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9조원대의 M&A로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지만 전장사업 강화를 통한 성장엔진 장착,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거래선 확보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밸류체인 변화온다" 코스닥도 들썩=삼성전자의 통 큰 M&A로 관련주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인포테인먼트용 수동 부품 거래선 확보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삼성전기 (153,400원 ▼2,600 -1.67%)가 6% 넘게 올라 거래되고 있으며 삼성SDI (354,500원 ▼12,500 -3.41%)가 4%대 상승중이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본격화로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현대모비스 (236,000원 ▼11,500 -4.65%)가 0.21% 하락이며 현대차도 1% 넘게 약세다.

삼성전자보다 앞서 전장 분야에 투자해온 LG전자는 경쟁 격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 전망에도 2%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하만이 보유한 브랜드 B&O(뱅앤울룹슨)는 카 오디오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5’ ‘V20’ 등의 스마트폰 B&O 사업과 무관하다는 평가다.

하만을 고객사로 둔 아남전자 (1,717원 0.00%)가 8%대 강세다. 아남전자는 오디오 제품 전문업체로 수출 비중이 99%에 달한다. 하만카돈을 비롯해 D&M, 야마하, NAD 등을 거래기업으로 두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커넥티드카 등 관련주의 주가가 도드라지고 있다.

커넥티드카 솔루션 업체 엔지스테크널러지가 6%대 상승중이다. 자동차 스피커 업체인 에스텍이 24% 넘게 급등하고 있으며 자동차 금형전문업체인 에이테크솔루션 (8,180원 ▼250 -2.97%)이 15%대 오름세를 연출하고 있다.

스마트카 솔루션 개발업체인 인포뱅크 (8,280원 ▼300 -3.50%)가 14% 이상 오르고 있으며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생산업체인 파인디지털 (4,230원 ▲30 +0.71%)과 미동앤씨네마가 각각 7%, 4%대 상승을 기록중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 이어 삼성도 전장부품을 기반으로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중심의 국내 자동차 밸류체인(가치사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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