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영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영이 올 1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인수한 부영 태평빌딩(옛 삼성생명 본관)은 지난 9월부터 20층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비어있다. 지난 8월까지 삼성생명 직원들이 머물렀으나 서초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공실이 생겼다. 10월 말 기준 비어있는 공간은 약 연면적 6만6116㎡(약 2만평), 오피스 공간만 5만6200㎡에 이른다.
최근에는 임대료를 낮추는 등 더욱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3.3㎡(평)당 10만원대였는데 최근 홍보 안내문을 보면 9만원대로 낮아졌다"며 "삼성화재 임대까지 생각해 책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건 을지 삼성화재 본관 건물도 마찬가지다. 부영은 지난 8월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도 4390억원에 사들였다. 지하 6층~지상 21층으로 입주해 있던 삼성화재 직원들은 다음 달 11일까지 서초 사옥으로의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영 관계자는 "빌딩의 약 4분의 3 공간을 삼성화재 직원들이 사용해 임차인을 다시 구해야 한다"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 다 임차인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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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적 장점에도 임차인 구하기가 녹록지 않은 배경에 대해 부영이 오피스 임대시장에 처음 뛰어들어 경험이 부족한 탓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부영에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데도 내부적으로 의사 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지 계약 성사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임차인 구하기 전쟁은 더 심화 될 전망이다. 인근 지역에 신축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 4분기 대신금융그룹 명동 사옥 준공에 이어 △을지로 IBK기업은행 제2본점과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사옥도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 바로 옆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 사옥이 준공되면 명동 옛 외환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전하는 등 기존 건물들의 공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화그룹 계열 부동산종합관리회사인 한화63시티는 대형 임차인의 통합 사옥 이전 등의 영향으로 연초부터 공실률이 꾸준히 상승해 4분기에는 서울 오피스 시장의 평균 공실률이 8% 중반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생명 본관 공실 등이 발생하면서 올 3분기 종로구·중구 도심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9.2%로 전 분기 보다 0.1%포인트 늘었다. 남대문의 경우 공실 적체가 심화하면서 최고 공실률 11.1%를 기록했다.
한편 부영이 최근 3000억원에 사들인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은 포스코건설이 내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책임 임차하기로 해 한동안 공실 부담은 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