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어수선하니 일단은…" 몸 낮춘 부자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6.11.0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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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관망세, 개포 보다는 반포·잠원 시장 견고 전망

"시국이 어수선하니 일단은…" 몸 낮춘 부자들


"8.25대책 발표 이후 때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네요." (A시중은행 PB고객 부동산 자문 담당)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자산가들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정부의 경고와 최근 어수선한 시국에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관망세가 이어지거나 추가 규제가 나올 경우 강남 재건축 시장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시중은행에서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부동산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자산가들도 상당수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들은 대체로 금융 자산 20억~30억원을 보유한 고객층으로, 그동안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어차피 자산가들은 강남 재건축 조합원의 입주권을 구입해왔기 때문에 청약 규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도 "다만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고 추가 규제의 가능성도 있어서 당장 위험부담을 지기 보다는 일단 시장의 추이를 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 "지난 9월까지만해도 빨리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고 관심도 높았는데 11·3 대책 이후 부쩍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컨설팅부 전문수석 위원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많이 사들여왔는데 지금은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 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는 등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높은 점도 자산가들이 당장 몸을 낮추는 한 요인으로 봤다.

반면 정부의 규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자녀 양도 목적이거나 중장기적인 시세차익을 생각해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자산가들이 여전히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TF팀장은 "반포와 잠원의 재건축 아파트는 어중간한 위치나 규모의 상가 보다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보통 5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정부 대책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에도 강남은 지금보다 더한 규제가 있었지만 그 때보다 가격이 두 배 올랐다"며 "경험이 있는 자산가들은 여전히 강남 재건축 시장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같은 강남권이지만 온도차는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팀장은 "개포만해도 단기적인 웃돈을 보고 들어온 수요가 많다"며 "향후 일반 분양 물량도 상대적으로 많아 관망세가 지속되거나 정부의 추가 규제가 있을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주택에 대한 수요까지 일부 이동하면서 수익형 상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현 센터장은 "연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최근 들어 상가나 꼬마빌딩 등에 대한 투자 문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 빌딩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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