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집값 동조화 심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6.11.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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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연관성 확대

서울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가 경기 상황보다 주택가격과 연관성이 더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이런 추세가 더 심화됐다는 평가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순환과 경기 및 주택시장 관계를 동조화지수(CI:Concordance Index)로 분석한 결과 가계신용은 주택가격과, 기업신용은 경기와 높은 연관성을 나타냈다.



한은은 대상기간 두 지표가 동일한 국면에 있는 경우 1이 되도록 수식을 설정했다. 쉽게 말해 1에 가까울수록 더 연관성이 높다는 얘기다.

추정결과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가계신용순환과 경기순환의 동조화지수는 0.97로 같은 기간 주택가격순환과의 동조화지수(0.69)보다 더 높았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6년까지 가계신용순환과 경기순환의 동조화지수는 0.53으로 크게 하락한 반면 주택가격과의 동조화지수는 0.73으로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경기상황보다 주택가격과의 연관성이 더 커진 셈이다.

한은은 이런 현상이 최근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은행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71.3%로 집계됐다. 올해 1~8월 증가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 68조6000억원 가운데 67.9%인 46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이다.
한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집값 동조화 심화”
반면 기업대출은 이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기업신용과의 동조화지수는 경기순환이 0.78, 주택가격이 0.84로 주택가격과의 연관성이 더 컸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6년은 동조화지수가 경기 0.62, 주택가격 0.30으로 각각 집계됐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채와 주택가격과의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 “기업신용순환이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과의 연관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경기와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가계부채는 부동산 호황 영향으로 확장국면이고 기업부채는 구조조정 여파로 수축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민간신용 확대는 가계부채 급증세에 기인한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원인으로 △저금리 기조와 주택경기 진작책 △상가 등 상업용부동산 투자수요 △전세난 지속 등에 따른 주거비용 상승 등을 손꼽았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아파트 분양 호조, 이미 취급된 집단대출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67.5%,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0.0%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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