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대학생·노인 임대주택 만든다더니…엉뚱한 혜택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11.0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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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라더니 대학생·독거노인은 2년 후에나 입주 가능

세금으로 대학생·노인 임대주택 만든다더니…엉뚱한 혜택


정부가 대학생과 독거노인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시세 대비 80%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집주인 매입임대' 주택사업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존 세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집값의 최대 80%까지 지원하는 사업임에도 명확한 입주자 선정 기준 없이 사업을 시작한 결과다. 이는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한 근본적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4월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 일환으로 마련한 집주인 임대주택 시범사업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입주자 모집과 임대주택 운영·관리는 LH가 맡아서 한다.

이 사업은 민간의 자산을 활용해 도심 내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집주인이 직접 노후주택을 허물고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리모델링 방식(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과 임대사업을 하고자 하는 민간의 주택매입을 지원하는 매입방식(집주인 매입임대주택) 등 2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입주자 모집 대상은 집주인 리모델링 39가구, 집주인 매입임대 10가구 등 총 49가구다. 월세와 보증금이 주변보다 저렴하고 대부분 지하철과 대학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입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주인 매입임대주택은 민간이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사들여 시세의 50∼80% 수준의 저렴한 월세로 8년 이상 LH에 위탁임대하면, 정부와 LH가 매입자금의 최대 80%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입지조건을 따져 주거 취약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입주자 선정기준도 까다롭게 했다. 1순위는 대학생과 독거노인으로, 해당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다음 학기에 입·복학 예정자와 해당 지역이나 연접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혼자 사는 노인이다. 2순위는 일정 조건에 맞는 대학원생·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 등이다. 1·2순위 신청자가 없을 시에만 일반인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하지만 49가구 중 부산 금정구 남산·구서동에 공급하는 집주인 매입임대 10가구는 이미 입주자 선정을 완료했다는 게 국토부와 LH의 설명이다. 부산외대와 지하철역(부산지하철 1호선 남산역)이 가까워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인기가 높을 걸로 예상되는 곳이다.

LH 관계자는 "매입 이전에 거주하던 임차인들이 계속 거주를 원하고 갑자기 내 보낼 수도 없어 시세의 80%로 임대차 계약을 다시 맺었다"며 "2년간 거주하게 되고 2년 후에도 입주자격에 맞다면 계속 거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학생이나 독거노인이 아닌 일반인이 기존에 내던 월세보다 20% 저렴하게 2년간 살게 되는 셈이다. 기존 임차인은 경쟁 없이 혜택을 받게 될 뿐 아니라 입주자 선정 기준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앞으로 공급될 집주인 매입임대주택 대부분 기존 임차인들이 계속 거주를 원할 가능성이 커 사업의 본래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 이번 사업 재원 대부분을 서민 주거안정 용도의 주택도시기금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자격조건에 맞지 않는 입주자를 허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실적에 급급해 애초 취지에 맞지 않는 임대주택을 선정한 것이 문제"라며 "집주인 매입임대 사업구조가 새로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발생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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