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현대증권…모그룹 운명따라 대기업 증권사 부침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김주현 기자 2016.10.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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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證, 11월 1일 상장폐지, 통합 'KB증권'으로...90년대 5대증권사 LG·대우·현대 '아듀'

아듀 현대증권…모그룹 운명따라 대기업 증권사 부침


1990년대 증권가를 이끌었던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모그룹의 부실로 매각 대상에 오른 것이 주요 이유지만 은행계 증권사에 자본력에서도 밀렸다는 분석이다. 통합 '미래에셋대우'(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와 'KB증권'(현대증권+KB투자증권)이 출범하면 자기자본 1~3위를 모두 금융계열 증권사가 차지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11월 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결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내년 초 통합 'KB증권' 출범을 위한 첫 디딤발이다.



같은 날 현대증권은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다. 현대그룹이 1977년 인수한 국일증권(현대증권 전신)이 1975년 증시에 입성한 지 41년만이다. 이미 현대증권 본사나 영업점 내부 인테리어는 KB증권으로 바뀐 상태다.

◇과거 5대 증권사 LG·대우·현대證 역사속으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증권업계는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앞서 나갔다. 5대 증권사 중 대신증권을 제외한 4곳(현대·대우·LG·삼성증권)이 대기업 계열사였다.



하지만 이중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삼성증권은 그룹의 금융계열사 재편에 따라 향후 입지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쌍용증권, 동양증권, LIG투자증권 등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은행권으로 증권가가 재편되는 신호탄이 된 것은 LG증권의 매각이다. 증권가 2위였던 LG증권은 LG카드 부실사태 영향으로 2004년 우리금융지주로 넘어갔다. 2005년 우리증권과 합병하며 우리투자증권이 됐고, 2014년 NH농협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금의 NH투자증권이 됐다.

대우그룹의 대우증권은 1997년 IMF 경제위기로 2000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증권 매각에 나섰고 미래에셋그룹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 지난 5월 미래에셋대우로 사명을 바꾼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합병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합병 후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1위 증권사가 된다.


쌍용투자증권도 IMF 위기로 주인이 바뀌었다. 1998년 쌍용그룹의 지분을 미국 H&Q AP가 인수했다. 1999년엔 굿모닝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2년 신한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결국 2005년 상장폐지됐고 현재의 신한금융투자가 남게됐다.

동양증권은 몇년간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이 2013년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를 겪으면서 다음해 대만 유안타증권 손에 넘어갔다. 2008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은 매물로 나온 상태지만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영업망으론 한계…자본에서 밀려= 증권업계가 은행권 증권사로 개편된 것은 모그룹의 재무 악화가 주원인이지만 바뀐 자본시장 풍토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거래 수수료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중개수수료(브로커리지)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객 기반이 은행권 증권사 보다 약하고, 금융계열사 시너지 효과도 없는 상황에서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 계열사 내부간 금융거래가 엄격해진 것도 대기업의 증권사 보유 이점을 낮춘 요인이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지난 4일 임시주총에서 "증권사 하나의 영업망 가지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KB은행이 1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40만 고객을 보유한 만큼 합병 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본 동원 측면에서도 은행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증권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증권사가 대형 IB(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독립 증권사나 대기업 증권사의 경우 기업금융 조달 측면에서 은행권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최근 증권사의 수익이 대부분 IB부문에서 나는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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