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단지 내부에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의 문제와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설명회를 연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진행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의 주민공람 결과 현대아파트1·2차 등 일명 '구현대' 3130가구 가운데 80% 이상인 2545가구가 시의 재건축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서를 지난달 28일 시에 제출했다.
압구정 주민들이 제출한 의견서의 공통된 내용은 35층으로 제한된 층수 규제를 풀어 달라는 것이다. 2014년 마련된 서울의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따르면 한강변 아파트을 재건축할 시 최고 높이는 35층으로 제한된다. 무분별한 초고층 건축으로 한강변 경관을 가리고 사유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발표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 /자료제공=서울시
하지만 압구정 주민들은 층수 규제를 비롯, 시의 주요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개선안을 제시했다. 구현대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의견서를 통해 "최고층을 35층으로 획일화하면 오히려 단지가 두부모같이 폐쇄적으로 조성된다"며 "최대 층수를 45층으로 높이고 평균을 35층으로 조정하면 스카이라인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강변 알짜부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안도 반대했다. 시는 현대1·2차 자리에 한명회 정자로 알려진 '압구정'을 복원한 역사문화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자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위치로 구현대 안에서도 매매가가 가장 높게 형성돼있다. 구현대 입대의는 "역사적 자료에 근거를 두지 않은 무리한 위치 선택"이라며 "신현대와 동호대교 쪽에 인접하도록 공원 위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 외에도 △기부채납 비율 10% 축소 △초등학교 이전 반대 △25m 중앙도로 설치 반대 △연도형 상가 폐지 등 시의 주요 개발 계획에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시는 주민들의 의견 중 반영할 것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정 도시계획으로 묶여있는 35층 규제는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 공람으로 수렴된 의견은 향후 교통영향평가, 도시건축위원회 심의 등 결정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다"며 "하지만 층수, 용적률 등은 상위 도시계획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주민 상당수는 35층 규제가 풀릴 때 까지는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현대의 또 다른 주민 단체인 '입대의발족 재건축준비위원회'가 401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재건축이 늦어지더라도 50층까지 되도록 투쟁한다"고 답변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시가 이 계획을 고수한다면 박 시장이 바뀌기 전까지는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주민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계획이 전반적으로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