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D-2' 강남 "2주째 매수 뚝" vs 강북 "더 오르기 전에 사자"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11.01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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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강남 '냉탕'·강북 '온탕'…강북 주요 분양단지 관심 고조 "풍선효과 뒤엔 가격하락 우려"

정부의 국지적 부동산 과열 방지대책 발표를 3일 앞둔 31일, 강남 재건축 시장과 강북 분양시장 간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규제가 임박하자 투자자들이 한껏 움츠러든 강남을 떠나 강북으로 옮겨가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대책 발표 시기 등을 어느 정도 예고하면서 벌써 부작용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D-2' 강남 "2주째 매수 뚝" vs 강북 "더 오르기 전에 사자"


강남·서초구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 단지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2주전쯤부터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정부가 강남권 등 국지적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에 나섰겠다고 '구두'로 경고한 직후 시장에선 대책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세입자에게 전세로 내준 집을 2년 전보다 2억원 가량 높은 호가에 매물로 내놓은 집주인 A씨는 "보름 전까지는 과열이니, 버블이니 해도 부동산에서 하루에 2~3명은 데리고 집을 보여주러 왔었다"며 "설마하다 정부가 실제로 규제에 나설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니까 거짓말 같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잠실동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만~30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도 별다른 문의 없이 조용하다"며 "한동안 실수요자가 아니라 전세나 월세를 끼고 사려는 투자 수요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를 만큼 오른 데다가 정부 눈치보느라 거래가 잘 안 된다"고 귀띔했다.

급등하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에도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마지막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보합세에 그쳤다. 특히 강남과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각각 0.02%, 0.03% 하락 반전했다.

'규제 D-2' 강남 "2주째 매수 뚝" vs 강북 "더 오르기 전에 사자"
저금리에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은 강남 재건축을 대체할 투자처로 서울 시내 분양시장으로 옮겨갔다. 서울 주요 분양 단지는 견본주택에 '떴다방'이 장사진을 이루고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실계약률까지 껑충 뛰었다.


최근 2주내 청약 접수를 받은 마포구 '신촌숲 아이파크'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아이파크'는 모두 1순위에서 5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음달초 청약을 앞둔 용산구 효창5구역을 재개발한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 견본주택엔 투자자들이 몰려 일찌감치 높은 청약경쟁률을 예고했다. 종로구 무악2구역에 들어설 '경희궁 롯데캐슬'도 같은달 견본주택 오픈을 앞두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강북 아파트값에 거품이 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와 동시에 경기침체 장기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위험으로 주택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강북 중심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천만원~수억원대 웃돈을 기대하고 청약에 뛰어들었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규제가 특정 지역 단위에 국한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정책이 주택시장 부양에서 관리 모드로 전환되면 강남 재건축 호황 때처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센터장은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산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있고 이미 가격도 상당히 올라 있는 상황"이라며 "저금리에 당장은 강북으로 투자가 몰리겠지만 장기화되기엔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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