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28일 결정했다. 향후 백씨를 둘러싼 사망 원인 규명 등 수사 일체는 검찰 몫으로 넘어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 / 사진제공=뉴스1
서울 종로경찰서는 "검찰과 협의한 결과 유족이 지속 반대하고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를 우려해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국민 여론이 극도로 부정적인 점이 수사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 정권과 국가권력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공권력이 유족의 뜻을 무시하고 강제 부검을 실시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지난달 백씨가 숨진 이후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부검영장은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 끝에 부검장소·절차 등을 경찰과 유족 측이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발부됐다.
지난달 28일 부검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유족 측에 협의요청 공문을 전달하고 3차례에 걸쳐 직접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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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차례에 걸쳐 영장 강제집행을 예고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 측을 만났으나 협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25일에는 경찰과 유족 측 사이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당시 경찰은 영장 강제집행을 예고하고 백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으로 형사 100여명, 경비경력 9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했다.
강제집행을 통보 받은 백남기 투쟁본부는 곧장 문자메시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경찰 진입 계획을 알렸다. 투쟁본부 관계자와 시민 등 300여명이 모여 장례식장 입구를 가로막은 상태에서 대열을 짜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결국 경찰의 2차례 영장 강제집행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2차 강제집행을 포기하고 경찰 경력 철수를 지시하면서 "(경찰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며 "향후 백씨 사인을 둘러싼 논란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투쟁본부 측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의 영장 재신청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유족을 포함한 백남기 투쟁본부는 "당연한 결과"라며 반겼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애초 백씨 사인이 명확한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부검을 시도했다"며 "영장 재신청 포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부검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밝힌 만큼 백씨 사인을 둘러싼 논란은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렸다. 현재 검찰은 백씨 사망 원인과 관련 의혹, 책임자 처벌 등 형사 고발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영장 재신청을 포기하면서 경찰은 향후 백씨 시신을 온전히 유족에게 인도할 계획"이라며 "현재 남은 폭행 혐의 등 고발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임에 따라 경찰은 내사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