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score)를 읽는다는 의미
오자와는 중학교부터 지휘를 했으며 일본인 스승 사이토 히데오에게 철저하게 지휘하는 방법과 지휘자의 역할을 배우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제자가 된다. 그후 뉴욕필하모니의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부지휘자가 되고 번스타인 밑에서 말러음악 연주를 배운다. 당시 번스타인외에는 말러의 전곡연주자가 없었다. 오자와는 토론토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말러 전곡을 연주하면서 번스타인의 뒤를 잇는다. 오자와 음악의 기본은 독일 고전음악에 대한 독일식 해석을 따랐으나, 비독일적으로 해석하는 번스타인의 영향도 받게 된다. 그는 박봉이었던 부지휘자시절에도 경제적인 곤란에 허덕이면서 언제 본인에게 지휘를 맡길지도 모른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전곡을 외우며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이토 히데오로부터 이런 교육을 받은 오자와에게 “악보를 읽는다”는 의미는 곧 악보를 읽을 줄 알아야 음악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오케스트라에서 각각의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이야기(음악)를 청중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준비작업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부분이 전문인과 비전문인의 벽이며 좋은 지휘자는 둘의 격차를 좁히고 자연스런 공감이 있는 음악세계로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은 현장성이 중요한 시간예술이다
말러의 곡은 악보에 모든 정보가 존재한다. 세세한 음표와 강약뿐만 아니라 독일의 음악. 유대인의 감성, 보헤미안의 민요, 동양적 세계관 등이 악기의 감성과 표현에 녹아 있어 그 곡을 연주하는 지휘자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예를 들면 카라얀은 말러음악의 잡다한 특성을 견디지 못하여 자기 음악세계에 어울리는 작품만 골라 연주를 한다. 즉 “말러라는 그릇을 빌려 자기음악을 연주한다”는 뜻이다. 오자와 세이치의 말러연주는 카라얀보다는 번스타인의 해석을 닮았고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동질감을 이룬다. 오자와는 말러음악의 내용을 확실히 읽어 거기에 그 만의 감정을 싣는다. 말러의 음악은 다조성을 통해서 본능적인 혼란을 끌어들여 동시대에 살았던 프로이트의 심층의식을 그의 음악에서 맛볼 수 있다.
오자와는 말러음악이 독일음악의 정통성을 의식적으로 고수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동양인 연주자들이 파고들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서양음악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말러음악은 연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지휘를 시작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음이 현장에서 스스로 움직여 지휘자의 머릿속에서 짐작했던 소리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화음이 창출된다. 즉 악보에서 읽을 수 있는 “음악적인 언어”하고 라이브 공연에서 오케스트라가 탄생시키는 리듬과 하모니는 아무리 명지휘자의 이해력이라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오자와 세이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364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