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도소에서의 하룻밤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6.10.2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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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도소에서의 하룻밤


교도소 안은 고요했다. 이틀간 진행된 교도소 생활 체험. 이곳 사람들은 바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이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창구는 지정된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채널이 하나뿐인 조그만 TV다. 일과를 마치고 잠잘 준비를 하던 중 TV에서 뉴스가 나왔다.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들께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마음 아프게 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설마했던 일을 대통령이 인정했다.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았다고 했지만, 드러나는 정황은 최씨가 '순수한 조언'을 넘어 청와대 인사부터 정책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혹만으로도 적용가능한 죄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공무상비밀 누설' 혐의가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 자금세탁, 탈세 의혹부터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의심된다.

뉴스가 나오는 중에도 주변은 고요했다. 들리는 것은 TV소리 뿐. 모두 같은 뉴스를 봤을 터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자유를 저당 잡힌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누구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적합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힘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 갈 수 있다면 내가 힘이 없어 이곳에 왔으니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최씨는 의혹들에 대해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렇다면 기자 앞에서 호소할 게 아니라 전 국민이 기다리는 한국으로 돌아와 사실을 밝혀야 한다. 수사기관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물론 억울한 점이 있다면 역시 제대로 밝힐 일이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인 '법치'고,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치국가'에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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