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최순실 연설문 유출 '대국민 사과'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6.10.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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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최순실씨, 취임 후에도 의견 들었으나 靑 보좌진 체계 완비 후 그만 뒀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논란에 휩싸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한 것과 관련, 25일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2014년 5월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 당시에 이어 취임 후 두번째 대국민 사과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직접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설명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운을 뗐다.

이어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며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인연으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를 통해 선거 운동이 국민 여러분께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에 대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취임 이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뒀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춘추관을 찾은 박 대통령은 약 2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날 JTBC는 최씨가 두고 간 사무실 컴퓨터에 담긴 200여개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건이 연설 시점 이전에 최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씨가 사전에 입수한 연설문 중에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처음 천명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도 포함돼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설문 유출 시기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였다. 앞서 JTBC는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모씨의 발언을 인용,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일을 즐겨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기사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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