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직접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며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인연으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를 통해 선거 운동이 국민 여러분께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에 대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춘추관을 찾은 박 대통령은 약 2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날 JTBC는 최씨가 두고 간 사무실 컴퓨터에 담긴 200여개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건이 연설 시점 이전에 최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씨가 사전에 입수한 연설문 중에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처음 천명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도 포함돼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설문 유출 시기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였다. 앞서 JTBC는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모씨의 발언을 인용,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일을 즐겨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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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기사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