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한우농가 '곡(哭)소리'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16.10.27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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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한달]한우선물세트 종적 감춘지 오래...'공무원 도시' 세종시에선 음식점 한우매출 50% 감소

전국 곳곳서 한우농가 '곡(哭)소리'


전국 곳곳서 한우농가 '곡(哭)소리'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서초구 보건소 광장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색 행사가 열렸다. '한우고기 찹스테이크 1000인분 무료 시식'을 위한 자리로 주민 등 많은 이들이 몰려 국민 선호도 '1위'를 자랑하는 한우의 맛을 함께 누렸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한우고기 소비가 크게 줄었습니다. 소비가 늘지 않으니 농가들 마음 고생은 또 오죽하겠습니까. 이렇게 라도 해서 일반 시민들의 다시 한우소비에 나서만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황엽 한우협회 전무이사)



한우협회 등 국내 축산단체협회들이 최근 잇단 한우소비행사를 개최하며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섰다. 모두가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어려움에 처한 한우농가를 돕자는 취지인데 한달 새 이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이달 10일까지 실시한 샘플조사를 보면, 한우식당(20개소) 매출액은 21.4%, 정육점(11개소) 매출은 16.9% 각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급식당 9개소 매출은 17.0%, 정육식당 11개소 매출은 23.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 일평균 매출(1월1일~9월27일)과 법 시행후(9월28일~10월10일)를 비교한 것으로,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등의 상한선을 제시한 청탁금지법이 소비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무원의 도시'로 불리우는 세종시에서는 음식점 한우 매출이 청탁금지법 이전과 비교할 때 50%이상 급감한 것으로, 일단 타 지역은 20~30% 감소한 것으로 한우협회 자체 조사에서 밝혀졌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정서와 너무 거리가 있다"며 "이렇게 시장이 불안하니 농가들도 송아지를 입식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반 정육점 업주들도 소비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계룡산축산'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그 이전에는 고기세트를 선물로 건네는 경우가 많았는 데 이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우선물세트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며 "주는 것도 부담, 받는 것도 부담이 되다보니 아예 시선을 두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선물의 경우 5만원을 상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우선물세트는 5만원 이하로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등심세트는 15~20만원(1.5kg), 20~25만원(2kg이상)에, LA갈비세트는 10만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앞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물 선물 수요 변화 전망을 통해 한우세트 등 농축산물 선물 수요가 24~3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 했었다.

한우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송아지 평균가격(1+등급기준)도 550만 원에서 420만 원으로 130만원 정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우농가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농가들은 김영란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우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 때문에 송아지 입식을 주저하게 만들고, 이는 다시 송아지 매매가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또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3주간 지육 평균가격은 1만7460원(1kg)으로 법 시행 첫 주 1만8518원(1kg)과 비교할 때 5.7% 감소했고, 연평균 1만8601원(1kg)보다 1141원(6.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한우시장은 일정 부분 위축될 것이지만, 그 피해정도는 연말이나 구정이 돼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위축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시장상황을 좀 더 면밀히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한우협회 등 축산단체협회는 단기적으로는 한우 소비촉진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한우소비를 유도하는 한편 올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청탁금지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황엽 한우협회 전무는 "전남, 경북, 충남 등 농촌지역은 물론 서울·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우시장 살리기 방안을 함께 모색하려 한다"며 "27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면담 등을 시작으로 '청탁금지법 개정요구 동의서' 서명운동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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