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상품'만 믿었더니…대웅 매출 4년만에 감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6.10.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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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입약 판권 상실로 전문의약품 부진…부동의 '전문약 1위' 자리 흔들

'간판 상품'만 믿었더니…대웅 매출 4년만에 감소?


전문의약품 내수시장 1위 대웅제약 (102,400원 ▲900 +0.89%)이 판매 부진으로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감소했다. 도입 의약품의 판권 상실에 따른 역풍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결과다. 올해 전체 매출이 일괄약가인하제도가 시행된 2012년 이후 4년 만에 역신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1~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5% 감소한 58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6억원, 156억원으로 같은 기간 55.5%, 58.1% 줄었다.



대웅제약 실적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전체 매출의 약 80% 비중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 부진이었다.

제약업계와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1~3분기 원외처방액(약국에서 조제 받은 보험급여 전문의약품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6.1% 감소한 288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원외처방 1위를 기록한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위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 (270,500원 ▲500 +0.19%) 원외처방액은 13.6% 증가한 3291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원외처방액이 14.4% 늘어난 종근당 (97,900원 ▲900 +0.93%)은 321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웅제약 전문의약품 부진은 간판 도입의약품 공백을 제대로 막지 못한 탓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까지 판매를 맡은 다국적제약사 MSD의 당뇨 치료제 '자누비아'(복합제 자누메트, 자누메트 엑스알 포함)와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 3개 상품의 판권을 종근당에 내줬다.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판권도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왔다.


자누비아는 연간 처방액이 1000억원이 넘는 당뇨치료제 처방 1위 상품이고, 바이토린과 아토젯도 연간 합산 매출이 600억원을 넘는 대형 상품이다. 글리아티린 역시 연간 처방액이 600억원 이상인 '블록버스터'(판매효과가 막대한 의약품)다.

대웅제약이 해당 상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올해 들여온 대표 제품은 LG생명과학 (67,500원 ▲500 +0.8%) 당뇨치료제 '제미글로'다. 하지만, 제미글로(당뇨치료 복합제 제미메트 포함)의 올해 1~3분기 원외처방액은 398억원에 그쳤다.

계열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글리아티린 복제약 글리아타민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이 역시 올해 처방액은 318억원 수준이다. 대웅제약은 판권을 상실한 글리아티린의 재고물량을 털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신규 도입상품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판매 촉진 효과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대웅제약의 판매관리비(경상연구개발비 제외)는 1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웅제약의 올해 전체 매출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정보사이트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대웅제약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대비 4.6% 감소한 8004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30.5% 감소한 302억원이 예상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하반기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제미글로 마케팅비용 부담이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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