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맛이야기'를 펴낸 저자 최낙언씨는 맛에 대해 넘쳐나는 관심이 오히려 맛을 획일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다해 기자
'음식포르노'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미식 과잉시대. 하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줄 서서 기다리며 찾은 맛집에 실망하기는 부지기수고 소금과 설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도 정작 줄이는 것은 왜 그렇게 힘든지 아리송하다.
그의 책은 맛의 과학부터 역사, 문화까지 아우른다.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신경과학, 진화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맛'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식품회사에 입사했던 그가 '맛'에 빠지게 된 것은 신제품 개발 때문.
맛에 대해 연구할수록 '불량지식'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맛'을 과학이 아닌 오로지 인문학이나 감성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아쉬웠다. 처음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맛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최낙언씨는 짠맛, 단맛, 매운맛부터 맛에 영향을 미치는 향까지 맛을 과학적 요소를 접목해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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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미디어에서 부추기는 맛에 대한 오해를 경계한다. MSG가 대표적이다. 그는 "MSG가 좋으냐 나쁘냐만 이야기하고 있지 정작 그게 어떤 건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안 해주고 있다"며 "MSG는 우리 몸 안에 흔한 아미노산과 미네랄, 나트륨 등이 들어있어 몸에 들어 가면 다른 먹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독성도 소금의 7분의 1이고 사용량은 소금의 6분의 1에 불과해 40배는 안전한 물질이라는 설명이다.
최씨는 단맛, 짠맛, 매운맛과 향의 역사와 구성요소를 낱낱이 분석하며 "설탕은 과잉행동장애의 원인이다", "천일염은 아무리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등의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면 왜 맛이 없는지, 마블링이 좋은 고기나 튀긴 음식은 왜 더 맛이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부분은 자못 흥미롭다.
평생 맛을 연구해온 그지만 요즘처럼 '맛'이 넘쳐나는 시대가 달갑지만은 않다. 너도나도 '맛집'을 따라 하고 가성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맛이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
"지역마다 특색도 사라지고 있고 순간의 자극을 줄 수 있는 맛만 찾게 되죠. 너무 복잡하게, 다양하게 먹으려고 해요. 인간은 '잡식'인데 오히려 이게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겁니다. 맛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평소엔 속이 편안한 음식을 먹어야 해요. 축제 같은 맛은 가끔가다 즐겨줘야지 날마다 축제음식을 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또 음식에 대한 관심만큼 우리 몸의 본성과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꼬집는다. 최근 늘어나는 '혼밥', '혼술' 문화에서 맛을 충분히 즐기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수백만년전부터 집단을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며 살아 온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정작 우리 몸이 어떻게 설계돼있고 진화돼왔는지는 관심이 없다"며 "웰빙, 다이어트 미식을 논하기 전에 우리 모습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