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대, 범행전 이웃에 "나 찾으면 모른다 해" 경고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2016.10.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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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전 불과 사흘전 이사온 서울 수유동 '불청객', 골목가 주민들 두려움에 '패닉'

오패산 총격전 피의자 성병대씨(46)가 범행 사흘 전 이사와 세들어 산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주택./ 사진=윤준호 기자오패산 총격전 피의자 성병대씨(46)가 범행 사흘 전 이사와 세들어 산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주택./ 사진=윤준호 기자


"누가 나를 찾으면 모른다고 그래라"

오패산 총격전 피의자 성병대씨(46)가 범행 이틀 전 새벽에 돌연 이웃에게 전화해 이같이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거주지로 이사 온 바로 다음날 새벽이다.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차곡차곡 준비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패산 총격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씨가 거주하던 월세방 인근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성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불과 사흘 전 현재 거주지로 이사왔다.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그동안 성씨를 본 주민들은 "평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주택가. 성씨는 3층짜리 단독주택에서 1층 단칸방에 세 들어 살았다. 강북구 다른 월세방에서 거주하다 이달 16일 이사왔다.



이웃에 사는 A씨(여)는 "이사 온 다음날 꼭두새벽에 (성씨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며 "다른 말 없이 다짜고짜 '누가 나를 찾으면 모른다고 답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씨한테) 죄 지었나, 왜 그러냐 묻자 '그냥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말고 나한테 누나가 있다는 소리도 하지 마라'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성씨가 세든 집에는 성씨 누나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범행 당일 집을 나가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A씨는 "(사건이 일어난 날) 집을 나가면서 또 '누가 나 찾으면 모른다고 그래라'고 얘기하더라"며 "그때도 수상하게 생각했는데 총으로 사람을 쐈다니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A씨는 성씨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적이 없다. 이웃주민들은 성씨가 A씨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A씨 이외에 인근 다른 주민들도 하나같이 "끔직한 일이다" "무섭다" 등 반응을 보였다.

골목 내 다른 주민인 B씨는 "며칠 전 이사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같은 골목 주민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니 너무 충격"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거주지 수색을 지켜본 C씨는 "오늘(20일) 경찰이 왔다가면서 물건 들고 나갈 때 보니까 (성씨 방) 안에 가구며 집기며 생활용품은 거의 보이지 않더라"며 "그 안에서 직접 총을 만들었다는 상상을 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밝혔다.

성씨가 총격전 직전에 다른 범행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성씨 월세방 근처 주택 주인 D씨(여)는 "얼마 전 새벽 1시쯤 여성 2명이 세들어 사는 우리 건물 1층으로 한 남성이 모기장만 쳐 둔 현관문을 열고 침입했다"며 "성씨인지는 모르지만 괜히 더 걱정되고 두렵다"고 밝혔다.

성씨는 19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대치 중인 경찰 김창호 경감(54)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성씨 차량과 가방, 범행 현장에서 사제 목재 총기 17정과 칼 7개를 압수했다. 경찰은 성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한편 20일 오후 살인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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