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영 국회 의정종합지원센터 청원 담당 계장/사진=최경민 기자
그동안 민원상담실은 국회에 변변한 자리도 마련하지 못해왔다. 국회 본관 구석에 벽이나 파티션도 없이 위치해있었다. 의자만 몇개 놓여져 있었을 뿐, 대다수의 사람들이 민원상담실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방문한 민원인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이 계장은 "이전부터 민원상담실 마련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제가 와서 보니 기존 공간이 너무 부실해 적극적으로 건의를 했다"며 "본청에 있을 때는 부스가 없었기 때문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상담 중인 민원 내용을 모두 엿들을 수도 있었다. 이제는 민원인들이 오히려 상담이 끝나도 편해서인지 안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계장은 현장에서 듣는 국회 민원은 여타 기관과 성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소연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민원인들이 여기 저기에 민원들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가장 마지막에 갈 곳이 없어 하소연하러 오는 민원이 많다. 다른 기관에서도 '법은 국회에서 만드니 국회로 가시오'라고 소개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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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 받친 민원인들이 많은 만큼 거친 상황도 자주 연출된다. 술을 먹고 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민원인들도 있다. 감정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민원' 중에서도 그 노동 강도가 강한 편.
이 계장은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계장은 1979년 국회에 입사, 38년 동안 근무한 국회의 산증인 같은 존재다. 권위주의 정권, 민주화, 정권교체 등 현대사의 굴곡을 국회에서 지켜봐왔다. 세월의 내공을 바탕으로 그는 오늘도 민원인들의 하소연을 청취한다.
이 계장에게 민원상담의 노하우를 묻자 "그냥 다 들어줍니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는 "어떻게 해요, 여기까지 와서 하소연 하는데"라면서 "나중엔 하소연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자식을 데려와 인사시키는 사람들도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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