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집값 올라도 증시는 돈맥경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6.10.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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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박스권 돌파해야 자금 유입될 것"

[내일의전략]집값 올라도 증시는 돈맥경화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500에서 2000까지 상승했다. ‘부의 효과’로 여윳돈이 생긴 가계의 펀드 투자가 코스피 2000 돌파를 견인했던 것이다. ‘부의 효과’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증대되면 그 영향으로 소비가 늘고 경제에 돈이 도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한국은 주택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주택가격의 변동이 부의 효과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적어도 증시에는 '부의 효과'가 사라졌다. 서울부터 지방까지 아파트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으나 주식시장은 6년째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사상 최고치에 달했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7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가 버렸다. 100조원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집값 올랐지만…부의 효과는 부익부 빈익빈=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의 돈이 주식시장과 단절됐다는 점을 배경으로 설명한다. 반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중산층의 자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자가점유율이 높은 고소득층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10% 오를 경우 소비가 3.5%~11.8% 증가한다”며 “반대로 자가 주택보유율이 50% 이하인 계층은 소득별로 3.1%~5.1%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탓에 전·월세 부담이 늘어난 결과,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계소비 둔화와 투자여력 감소라는 부작용이 '부의 효과'보다 커졌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지적이다. 특히 2016년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에서도 서울, 강남3구와 영등포구·양천구를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심했기 때문에 자금이 순환되는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택 가격 상승이 강남권에 집중돼 그 혜택도 일부에 국한됐다”며 “돈을 가진 소수의 부가 증가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에 2007년과 같은 펀드 투자 광풍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가 증시 돈맥경화 풀까=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이미 MMF(머니마켓펀드) 잔고가 1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시중 자금이 넘쳐나지만 주식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로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된다고 해도 그 돈이 증시로 오지 않을 것”이라며 “6년째 이어진 코스피 박스권과 주식형 펀드 수익률 부진이 주식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으로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것도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주식형 펀드는 뭉칫돈이 들어오기 보다는 적립식 펀드와 같은 쌈짓돈에 의해 자금을 수혈받았다”며 “하지만 주거 비용 상승과 가처분소득 감소로 과거와 같은 쌈짓돈 투자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증시 자금이 지수 상승에 후행한 과거의 추세에 비춰볼 때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코스피의 박스권(2200선) 돌파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초저금리와 시중예금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 지난 2년간 50% 이상 증가한 기업 이익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2200선을 돌파할 때 비로소 주식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노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돈은 수익률을 좇기 때문에 결국 기대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흐를 것”이라며 “2011년 이후 가계 자금을 흡수한 채권과 부동산이 고점에 도달하면 시간차를 두고 증시에도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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