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보고서 조작' 호서대 교수, 1심서 징역 1년4월(종합)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2016.10.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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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나온 피해자 "제발 벌 달게 받아달라" 호소…"사법부 존재 모르겠다" 울부짖기도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및 환경단체 회원들이 주최한 '옥시로부터 부정청탁 받은 유일재 호서대 교수 1심 선고 긴급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이옥순 씨가 발언 중 오열하며 주저앉고 있다. /사진=뉴시스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및 환경단체 회원들이 주최한 '옥시로부터 부정청탁 받은 유일재 호서대 교수 1심 선고 긴급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이옥순 씨가 발언 중 오열하며 주저앉고 있다. /사진=뉴시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유 모 교수(61)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14일 "유 교수에게 적용된 배임수재 및 사기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1년4월 및 추징금 2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학교수로서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연구를 진행할 때는 그 공정성·객관성과 사회일반의 신뢰를 유지할 의무가 있지만 유 교수는 이를 저버리고 사회적 중요성이 큰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연구에 대해 옥시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그 대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가 옥시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되면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원인 규명에 혼란을 가져왔고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절차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유 교수는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아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 교수에게 유리한 사정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유 교수가 시행한 연구는 이미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집단적 폐손상이 발생하고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 권고가 이뤄진 후에 진행된 것이어서 가습기살균제의 피해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또 "유 교수가 연구의 실험과정이나 데이터 자체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볼 증거는 없고, 검찰도 유 교수의 최종보고서 작성에 대해 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와 마찬가지로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조 모 교수(56)가 지난 9월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과는 사정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조 교수는 같은 재판부에서 징역 2년 및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교수는 국립대학법인 교수로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신분이지만 유 교수는 사립대학 교수인 점, 조 교수에게 적용된 수뢰후부정처사죄는 그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인데 비해 유 교수에게 적용된 배임수재 혐의는 징역 5년 이하인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또 조 교수는 유 교수와 달리 객관적인 데이터 조작 등으로 증거위조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해자들은 선고가 끝나자 유 교수를 향해 "당신 때문에 우리 아이 폐가 터져 죽었다. 당신 자식들도 당해봐야 된다. 항소하면 부지런히 쫓아다니면서 망쳐놓을 거다"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법원 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이옥순 씨는 "2010년 2월 초 아이를 갖게 된 기쁨도 잠시 28개월 된 딸 아이를 잃었다"며 "가습기살균제의 식약처 인증마크도 확인했고 '안심해도 된다'는 광고를 보고 사용했는데 이렇게 위험물질인 줄 일반인이 어떻게 알았겠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 이유도 없이 죽은 한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제발 항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벌을 달게 받아달라"고 무릎꿇어 호소했다. 이 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시민단체도 "5000명의 피해자, 176명의 사망자가 생겼는데 그 죄값이 1년4개월이라는게 참담하고 이해가 안 간다"며 "사법부는 누구의 편인지, 존재의 이유가 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유 교수는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벌이는 소송에서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대가로 2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 교수는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 도출을 위해 2011년 말 옥시직원의 자택에서 창문을 열어놓은 채 가습기살균제 독성실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 교수가 부인을 연구팀에 포함시켜 용역비를 부풀려 청구한 뒤 개인 용도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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