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해법 '맥킨지 바라기'? "한심한 정부" 질타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이동우 기자 2016.10.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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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독자생존 어렵다" 보고서 초안에 정부 "입장 미정"…국회 "맥킨지 기다리는 정부 한심"

조선산업 해법 '맥킨지 바라기'? "한심한 정부" 질타


정부가 맥킨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 초안에 대해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된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선산업을 '빅3'에서 '빅2'로 재편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맥킨지에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국의 조선산업 운명을 외국계 민간 컨설팅 업체에 사실상 맡긴 데다 최종 방안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맥킨지 보고서와 관련해)정부의 입장은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이 달 말까지 밝힐 예정"이라며 "컨설팅 과정에서 대안으로 나올 수는 있지만 현 단계에서 정부가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에 관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의 공식 입장과도 동일하다.

이들 3개 부처는 13일 새벽 해명자료를 내고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컨설팅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된 정부의 입장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금융위원회에도 아직 공식 자료가 안 온 걸로 안다"며 "내용이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희(기획재정부)에게도 아직 안 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발언과 해명자료를 종합하면, 맥킨지의 보고서는 관계부처 차원에서 아직 조율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발주한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는 당초 8월까지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부처별로도 의견이 엇갈려 구조조정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도 실장은 "이견은 없고,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는 정부 부처간 공통된 의견을 정해서 나갈 것"이라며 "일단 업계가 자율적으로 컨설팅해 정부한테 제시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맥킨지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민간 컨설팅 업체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정부 역량이 취약하냐는 지적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맥킨지 보고서가 아직 안 들어와서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재부가 보고서 올 때까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 이야기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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