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컨트롤타워 필요"…다시 등장한 공공제약사 설립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6.1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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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시장성에 민간 기피하는 백신 개발하고 수급 조절 역할도 부여"

A지역은 보건소에 백신이 남아도는 데도 지역 병원에서는 독감 백신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노인들이 보건소를 선호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 현상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소라고 하면 병원보다 떨어지는 약을 쓰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며 "이런 의심을 해소하는 동시에 시장성을 이유로 제약사들이 기피하는 백신 개발을 공공제약사를 통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제약사 설립은 갑자기 불거진 주장이 아니다. 개발 비용 대비 시장성이 떨어지지만 국민 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등장했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건복지부가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민간 제약사가 생산하지 않는 의약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공공제약사 설립론은 백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백신 국산화율은 39%에 불과하다. 신생아들이 필수적으로 맞는 결핵 예방백신 BCG는 전량 덴마크에서 수입한다.

한 백신 개발사 관계자는 "수입 백신 상당수는 수입원이 다양하지 않고 편중돼 있다"며 "수입원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곧바로 품귀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백신 주권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공제약사 필요성은 끊임없이 나오지만 현실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해외에 백신을 구걸하고 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정부는 2008~2009년에도 신종플루 백신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정부는 국산화 백신을 2017년 16종으로 늘리고 2020년에는 20종을 확보해 백신 국산화율 71%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생산 가능 예방백신은 11종 수준이다.

이 같은 '백신 주권론'에 독감 백신 대란을 등에 업고 백신 수급 컨트롤타워 역할론이 더해진다. 병원들이 일시에 물량이 달리면 공공제약사에서 실시간으로 물량을 공급해주는 시스템이다. 보건소가 하지 못하는 역할이다.



특히 백신을 제때 맞지 못해 합병증에 노출되는 위험에도 공공제약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민간에서 얻기 힘든 다양한 백신과 항생제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공공제약사의 취지는 좋지만 그동안 백신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해온 제약사들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신규 투자보다는 민간에 최소 이윤을 보장해 주면서 공공의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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