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北 선제타격론'의 진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6.10.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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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靑 "가능성 낮지만 '선제타격' 카드 테이블에 올려둔 건 사실"


[이슈 인사이트] '北 선제타격론'의 진실


# 2011년 3월19일 저녁 5시40분(현지시간), 프랑스의 라팔·미라주 전투기 20여대가 리비아 벵가지의 정부군 탱크 4대를 파괴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의 함대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110발로 리비아 정부군의 해안 방어부대를 초토화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리비아 공습작전 '오딧세이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됐다.

리비아 정부군이 NATO의 공습에 타격을 입자 과도정부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친위세력을 이끌고 버티던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011년 10월 20일 고향 시르테의 하수구에 숨어있다 과도정부군에 붙잡혀 사살됐다. 이후 정부군은 와해됐고 10월27일 다국적군의 철수가 결정되면서 리비아 내전은 막을 내렸다.

NATO군이 리비아를 공습하면서 내세운 명문은 '주민 보호'였다. 1948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독재 정권이 주민들을 혹독하게 탄압할 경우 주변국들이 그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른바 'R2P(Responsibility to People·주민에 대한 책임) 작전'이다.

최근 한미 양국에서 '대북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마이클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달 16일 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한 게 시작이다.



이어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상원의원도 4일 TV 토론에서 "만일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는 정보를 갖게 된다면 선제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에 대응해 미국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하며 선제타격론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나라에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량 응징 보복'(KMPR) 개념에 대해 "적의 핵무기 사용이 명백히 임박했을 경우의 선제타격 개념을 충족시키는 계획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선 새누리당 유승민·이철우 의원 등이 선제타격론에 동조하고 있다.



대북 선제타격은 과연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분간은 희박하다. 국제법상 선제타격은 적의 공격 위협이 임박하고 이를 막을 수단이 없을 경우 위협의 정도에 비례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에 근거를 둔 개념으로, 핵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이 임박했음이 확인됐을 때에만 가능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파악하려면 스파이 등 '휴민트'(Human Intelligence·인적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의 대북 휴민트 체제는 극히 취약한 상태다. 결국 인공위성 등 '시진트'(Signal Intelligence·첨단정비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진트로는 적의 의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순진 합참의장이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 사용 징후를 식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한미 위성 등 감시·정찰 자산을 동원해 종합 분석하지만 완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방적 차원의 선제타격이 어려울 경우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NATO가 리비아를 상대로 단행했던 'R2P 작전'이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주민 탄압이 극에 달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국제적으로 형성될 경우 가능하다. 그러나 리비아의 사례를 당장 북한에 적용하긴 어렵다. 리비아의 경우 정부군과 과도정부군 사이에서 내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주민들을 대량 학살하는 등 극심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현재 북한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결국 한미 양국에서 거론되는 선제타격론은 '실행옵션'이라기 보다는 '압박카드'로서의 성격이 짙다. 한 청와대 참모는 "선제타격은 결국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만에 하나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조용히 하지, 이렇게 소문 내면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행 가능성은 낮지만, 선제타격이란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이 카드를 아예 제외한 채 북한을 상대했기 때문에 휘둘렸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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