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유석처럼 자라는 '마음의 꽃'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6.10.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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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가] <19> 폭발력 담은 흑백 회화로 불안함 표현한 윤대희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윤대희의 2016년 작 '몇 웅큼의 덩어리'. /사진제공=윤대희윤대희의 2016년 작 '몇 웅큼의 덩어리'. /사진제공=윤대희


“사람들이 저의 내면 풍경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관객이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풍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지요.”

윤대희(31)는 자신의 정서를 이미지로 표현한 대형 회화를 그려 관객을 그 안에 초대하려 한다. 그의 작품 ‘몇 움큼의 덩어리’가 그런 작품이다. 가로 2.5m, 세로 1.5m의 대형 작업으로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자라는 종유석을 모티브로 해서 그려진 목탄화다.



그는 종유석처럼 자라는 그의 불안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단면에 가깝다. 꽃처럼 혹은 신체 장기처럼 보이는 덩어리다.

“불안이란 극복이나 해소의 대상이 아니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나아가 종유석이나 위에서 촛농이 떨어져 굳어진 현상처럼, 계속해서 쌓이거나 자라기도 하지요.”



그의 불안은 그가 경험한 신체적 아픔도 관련돼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기흉이 생겼다.

“갑자기 아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묘하게 웃음도 함께 터져 나왔어요. 기흉으로 가슴이 찌르는 듯한 통증과 전혀 의도하지 않는 웃음도 함께 터져 나오는 어쩐지 무서운 경험이었지요.”

윤대희의 '사소한 뿔' 전시 전경. /사진제공=윤대희윤대희의 '사소한 뿔' 전시 전경. /사진제공=윤대희

지금은 치료를 받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가슴 한쪽이 아파진다고 했다. 폐가 떨어질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다고 했다. 작업이 그의 과거 신체적 경험을 직접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이유다.


“어느 날 한 주차장에서 시멘트 틈에서 자라난 잡초가 힘없이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불안함과 함께 깊은 허무함을 안겨준 풍경이었지요. 언제든지 제거될 잡초가 만든 힘겹지만 의미 없는 풍경을 보며 받은 인상이 지난해 개인전 ‘사소한 뿔’을 이끌어 냈지요.”

‘사소한 뿔’ 무대에서 몸이 반쯤 화면 위로 튀어나온 사람 곁에 뿔들이 함께 한 흑백 회화 등을 선보였다. 그가 세상과 사물을 자신의 정서와 연관해 만든 강렬한 흑백 회화는 미술계의 주목도 이끌어 냈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윤대희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라고 평했다. 인간 심리의 날 선 단면도 포착한다는 분석이다.

현대미술가 고등어는 윤대희에 대해 “불안에 대한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회화가 전하는 기본적인 감정과 조형성과 관련한 생각을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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