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희의 2016년 작 '몇 웅큼의 덩어리'. /사진제공=윤대희
윤대희(31)는 자신의 정서를 이미지로 표현한 대형 회화를 그려 관객을 그 안에 초대하려 한다. 그의 작품 ‘몇 움큼의 덩어리’가 그런 작품이다. 가로 2.5m, 세로 1.5m의 대형 작업으로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자라는 종유석을 모티브로 해서 그려진 목탄화다.
“불안이란 극복이나 해소의 대상이 아니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나아가 종유석이나 위에서 촛농이 떨어져 굳어진 현상처럼, 계속해서 쌓이거나 자라기도 하지요.”
“갑자기 아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묘하게 웃음도 함께 터져 나왔어요. 기흉으로 가슴이 찌르는 듯한 통증과 전혀 의도하지 않는 웃음도 함께 터져 나오는 어쩐지 무서운 경험이었지요.”
윤대희의 '사소한 뿔' 전시 전경. /사진제공=윤대희
지금은 치료를 받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가슴 한쪽이 아파진다고 했다. 폐가 떨어질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다고 했다. 작업이 그의 과거 신체적 경험을 직접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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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주차장에서 시멘트 틈에서 자라난 잡초가 힘없이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불안함과 함께 깊은 허무함을 안겨준 풍경이었지요. 언제든지 제거될 잡초가 만든 힘겹지만 의미 없는 풍경을 보며 받은 인상이 지난해 개인전 ‘사소한 뿔’을 이끌어 냈지요.”
‘사소한 뿔’ 무대에서 몸이 반쯤 화면 위로 튀어나온 사람 곁에 뿔들이 함께 한 흑백 회화 등을 선보였다. 그가 세상과 사물을 자신의 정서와 연관해 만든 강렬한 흑백 회화는 미술계의 주목도 이끌어 냈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윤대희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라고 평했다. 인간 심리의 날 선 단면도 포착한다는 분석이다.
현대미술가 고등어는 윤대희에 대해 “불안에 대한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회화가 전하는 기본적인 감정과 조형성과 관련한 생각을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