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그린메일 보낸 엘리엇의 의도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남이 기자 2016.10.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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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엘리엇 사태, 장기화될 가능성 높아"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2.30포인트(0.60%) 오른 2065.3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분할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2016.10.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2.30포인트(0.60%) 오른 2065.3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분할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2016.10.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그룹쪽에 그린메일을 띄우며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 삼성쪽과 한바탕 격돌했던 엘리엇이 새로운 공격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증권가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79,800원 ▲1,700 +2.18%)에 요구한 제안이 과거 일본 소니를 공격했던 헤지펀드들의 그린메일 전략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엘리엇이 투자수익을 거두기 전까지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그린메일은 기업에 경영구도 변화,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제안을 한 후, 이를 철회하는 대가로 수익을 요구하는 공격적 헤지펀드의 투자방식이다. 주로 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기업을 상대로 하는데, 2013년 소니도 다이넬 롭이 운영하는 '서드 포인트'로 인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서드 포인트는 2013년 5월14일 주주제안을 통해 소니에게 ‘소니엔터테인먼트’를 분사할 것을 요구했다. 가전과 엔터테인먼트를 분사하면 주주가치가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명분을 들었다. 당시 서드 포인트의 지분율은 6.5% 정도였으나 외국인 주주들을 규합해 세를 넓혔다.

주주제안 다음날인 5월 15일 하루에만 주가가 10% 넘게 올랐고, 2개월 뒤 서드 포인트는 지분율을 9.4% 확대했다는 공시를 내며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7월에는 이전보다 주가가 22.2%나 상승했다.



하지만 그해 8월 7일 소니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서드 포인트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절하면서 주가는 하락, 2개월 후에는 분쟁 이전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서드 포인트는 주가가 급락하기 전 주식을 처분 30~50% 가량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당시 소니가 처한 상황과 유사점이 많다. 소니는 2012년 부동산 및 사업부 매각과 구조조정 등으로 근근이 흑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해 말에는 주가가 사상 최저가 수준으로 내려앉는 등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 자체는 순항하고 있으나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문제로 인한 판매부진 탓에 하반기는 물론 내년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로 인해 주주들의 불안감이 큰 상태인데, 이 틈새를 엘리엇이 공략한 것이다.


엘리엇이 요구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사업회사 분할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 △30조원의 특별현금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등은 기업의 본질가치 증대와 무관하나 주가부양 효과는 있는 것들이다.

6일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주 대부분이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4.45%(7만2000원) 상승한 169만1000원에 마감,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삼성물산은 7.89% 급등하며 시총 순위 3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39조를 기록, 240조원을 목전에 뒀다.

삼성물산우B(7.14%), 삼성생명(4.31%), 삼성전자우(3.92%), 삼성엔지니어링(3.26%) 등이 3% 이상의 강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그룹 상장사 시총은 379조1447억원으로 전일보다 14조5568억원이 늘었다.

증권가는 엘리엇의 요구 대부분은 삼성전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고, 특별배당은 과도한 현금유출이라는 부담이 크다. 나스닥 상장 역시 무리수다. 한국에 상장해 있으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주식예탁증서(DR)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엘리엇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그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주들의 요구에도 일일이 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을 엘리엇도 잘 알고 있으나 삼성전자와 연관된 노이즈를 계속 일으켜 주가를 끌어올린 후 차익을 거두고 철수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액주주로서 권한은 있으나 주주제안을 하기에 충분한 지분율은 아닌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이 공식적으로 이슈를 제기한 것은 삼성전자 주가상승을 원하는 주주들의 지지는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기업의 가치상승 보다는 주가상승을 통한 차익실현이 근본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엘리엇의 정확한 속내는 알기 어려우나 전반적으로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자칫 외국인 주주들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이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분쟁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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