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보험증, '증도용' 대안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6.09.2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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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터치로 환자 본인확인 가능…예산절감 효과 '1조원' 이상

전자보험증, '증도용' 대안 될 수 있을까?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 도입이 보험증 도용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건강보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와 전자건강보험증을 활용한 건강보험증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전자건강보험증은 본인 사진과 이름 등 최소한의 정보만 보험증 표면에 표기하고 다른 정보는 IC칩에 저장하는 카드형 건강보험증이다. 간단한 터치로 환자정보 확인을 거쳐 진료 후 처방 내역을 보험증에 저장하면 약국의 처방으로 진료 경로가 편리하게 마무리된다.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증 제출만으로도 환자 본인 여부가 간단히 확인될 수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현재 종이 건강보험증 도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병·의원 본인확인 의무가 법제화되지 않은 탓"이라며 "의료계 반발로 법제화가 힘든 상황에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은 도용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전자건강보험증을 통한 본인확인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93년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한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보험증 도용 사례가 많아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결정했다. 프랑스(2001년 도입)와 대만(2004년 도입) 등도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한 지 10년 이상이 지났다.



전자건강보험증은 본인확인 외에 다른 장점도 많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대규모 감염질환 발생 시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여부와 감염경로 등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자건강보험증은 엑스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의 중복 촬영을 막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환자 정보를 전산화해 의료기관에서 IC카드로 읽을 수 있게 하면 불필요한 재촬영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밖에 △종이건강보험증 발급비용 절감 △약물 중복처방·부작용 예방 △응급시 신속대응으로 인한 골드타임 사수 등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로 거론된다.


이 같은 장점을 통한 건보재정 절감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국 국민대학교 금융정보보안학과 교수의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10년 후 건강보험재정 절감액은 약 1조1946억원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 △종이 건보증 발급비 520억원 △종이처방전 발행비 147억원 △가입자 부정수급 재정누수 96억원 △외국인 신분도용 재정누수 9283억원 △중복검사 재정누수 1900억원 등의 재정 절감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재정 절감 효과는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및 운영비의 약 1.7배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건강보험증 시스템 구축 등에는 앞으로 10년간 총 6679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등 정보 관리에 취약점을 보여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미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한 독일과 대만 등에서도 단 한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없었다"며 "한국도 전자여권을 도입한 이후 정보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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