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 동창생들과 술자리를 가진 윤모씨(29)는 새로운 '밥값 계산법'을 경험했습니다. 이날 술자리에서 나온 총 비용은 7만8000원. 당연히 전체 비용을 머릿수대로 나눠 1만5600원씩 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총무를 맡은 E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본인이 먹은 것만 철저하게 따져 돈을 나눴습니다.
밥값 계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지난 28일부터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이 처벌 대상이 되면서 "아리송하면 무조건 더치페이"라는 말이 주문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더치페이'를 하자고 말하지만, '이것이 더치페이다'라고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이제 식당에서 밥값 추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픽사베이
잡지사 기자로 일하는 이모씨(28)도 "술을 많이 마시는 편에 속하는데 술을 한 잔도 안 먹는 사람이랑 n분의 1로 돈을 내게 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내가 먹은 것은 본인이 내는 풍조가 자리 잡아 내가 먹고 싶은 술을 마음껏 시켜서 먹을 수 있게 되면 빚지는 마음도 생기지 않고 좋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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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n분의 1로 나눠내는 방식이 우리나라에 가장 최적화된 방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채모씨(39)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데서야 와인이나 샴페인을 한 잔씩 판매하고 있으니 가능하지, 찌개도 소·중·대로 팔고 병째로 술을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인 우리나라에서는 먹은 만큼만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더치페이를 자주 한다는 주부 공모씨(55) 역시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닌데 단순히 숟가락을 대지 않았다고 해서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철저하게 내 것 네 것 구분하다보면 누가 모임에 나오려 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혼자 내자니 부담이고, 얻어먹으면 미안하면서도, 각자 내기는 여전히 민망한 일입니다. '더치페이'라는 말을 입밖에 꺼내놓고도 '어떻게'를 따지다 보면 어색함은 2배가 됩니다. 직장생활 2년차 김모씨(28)는 "젊은 축에 속하는 나도 더치페이는 여전히 복잡한 문제"라며 "개그맨 최효종이 와서 정해주기 전까지는 내가 한번 사면 네가 한번 사는 식의 느슨한 더치페이조차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