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씨, 316일만에 끝내 숨져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윤준호 기자, 김훈남 기자 2016.09.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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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의식불명…서울대병원 대치중

지난해 11월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가 숨진 2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 관계자와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지난해 11월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가 숨진 2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 관계자와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의식을 잃었던 농민 백남기씨가 25일 숨졌다. 사고 발생 이후 316일 만이다. 향년 69세.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와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백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쌀가격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발사했고 백씨는 여기에 맞아 쓰려져 의식을 잃었다.

백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대뇌 50% 이상·뇌뿌리 등이 손상돼 의식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와 약물에 의존해왔다. 이날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316일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서울대병원은 직접적 사인을 급성신부전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4일부터 이뇨제를 투입해도 소변이 안 나온다"며 "수혈·항생제투여·영양공급 등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의사도 전혀 손을 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정오쯤 백씨의 위중한 상태가 알려졌으며 유족은 병실을 떠나지 않고 임종을 지켰다.

경찰은 24일 밤부터 경찰 3개 중대 250여명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 배치해 우발 사태에 대비했다. 백남기 대책위는 "경찰이 병원에 진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백씨의 부검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진료 기록 등을 살펴볼 때 백씨의 외상출혈 원인이 물대포가 분명한 만큼 부검은 또 다른 국가 폭력이며 부검 시도 자체가 사망 원인을 다른 곳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있다고 의심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이날 "검시도 안 한 상황으로 부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3층 중환자실에서 영안실로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선 운구차를 둘러싸고 대책위 관계자들이 한발씩 움직이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영안실에 고인과 유족이 들어간 이후 대책위는 영안실 입구에서 경찰을 막고 "살인경찰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병원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른 공무집행 중"이라며 대책위에 해산을 요구했다. 오후 4시50분 현재까지 대책위와 경찰의 직접적 대규모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오른쪽 끝)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백남기씨의 딸 도라지씨(뒷줄 가운데)가 강 전 청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강신명 전 경찰청장(오른쪽 끝)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백남기씨의 딸 도라지씨(뒷줄 가운데)가 강 전 청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백씨의 사고 당시 치안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강 전 청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백씨의 사망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노코멘트하겠다"고 짧게 답하고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강 전 청장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직후부터 직접적인 사과를 거부했다. 민·형사상 절차가 마무리돼 법적 책임이 규명되면 사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역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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