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승우 대변인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브리핑실에서 '9.12 지진 발생 및 대처상황 브리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 경북 경주에선 전에 없던 강한 흔들림이 느껴졌는데요. 어떤 이들은 비행기가 머리 위에서 날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고도 했고 바로 옆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은 소리와 흔들림을 느꼈다고도 합니다. 진앙지 인근 일부 주민들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도 했습니다.
경주에서 300km나 떨어진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느낄 정도의 강한 진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국회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었고 지진 발생 후 8분이 지난 7시52분에서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그나마 문자를 못 받은 사람도 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경북 경주시 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12일 오후 일어난 가운데 경북 경주 동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지, 집에 있어도 되는 건지 스스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밤새도록 규모 2.0~3.0 지진이 91차례 이상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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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한 지진에 정부도 마음이 급해졌겠죠. 본진 발생 이틀뒤인 14일 정부통합전산센터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처리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대폭 증설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관계장관들은 현장을 찾았습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 후속 조치 점검회의'를 열었고 정부여당은 '9·12 지진 관련 종합대책 당정간담회' 실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원전안전특위 설치 의결했습니다.
이제 지진이 나면 국가 기관을 좀 믿어도 될까요?
정부가 최근 계속된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피해복구에 소요되는 비용 중 지방비 부담분의 일부를 국고로 추가 지원받게 된다. 사진은 23일 오후, 지진으로 인해 기와지붕이 파손된 가옥이 많은 사정동 일대의 전경./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 지진으로 부산지하철 1~3호선 열차 13대가 약 1~2분 동안 운행 중단됐고 고리원자력본부는 재난 비상 B급을 발령했습니다. 울산교육청은 자율학습 중인 모든 고등학교 귀가 조치시켰고 충북 청주 SK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현대차 울산공장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홈페이지는 역시나 먹통이었습니다.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9분이 지난 뒤에야, 그것도 일부 지역에만 발송됐습니다.
왜 이렇게 느렸을까요. 지진 대응책이 단기간에 마련되는 건 아니겠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더욱이 22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의 지진 대응 매뉴얼에는 밤에는 장관을 깨우지 말라는 황당한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진희 알림' 캡처
한 네티즌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정부기관이 한 개인이 한 것보다 못하는 것 같다"며 국가기관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경주에는 22일 오전 6시부터 23일까지 여진이 한차례도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12일 규모 5.8 본진이 일어난 후 처음입니다. 다만 기상청은 경주 여진이 앞으로도 수주일 혹은 수개월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진 트라우마와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경주 시민들이 22일 오후 경주시 황성동 주민센터에서 지진 재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