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은 혹시 나에게 안 좋고 남에게도 안 좋은 일?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2016.09.1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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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가슴의 일에 투자하지 않는 삶은 모두 빈곤하다

내 일은 혹시 나에게 안 좋고 남에게도 안 좋은 일?


일과 나의 관계는 크게 네 가지다.

1. 나에게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
2. 나에게 좋은데 남에게는 안 좋은 일
3. 나에게 안 좋지만 남에게는 좋은 일
4. 나에게 안 좋고 남에게도 안 좋은 일

나에게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라면 최고다. 더 말할 나위 없다. 지금처럼 계속하면 된다. 그는 자기 삶에 만족할 것이다. 다른 삶을 원치 않을 것이다. 삶에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다. 반대로 나에게 안 좋고 남에게도 안 좋은 일이라면 최악이다. 주저할 것 없다. 얼른 일을 멈춰야 한다. ASAP(As Soon As Possible)! 그래야 나도 살고 남도 산다.



나머지 두 경우는 한 쪽만 좋다. 나에게 좋은데 남에게는 안 좋거나 나에게 안 좋지만 남에게는 좋은 일. 당신은 어떤가? 남이야 어찌되든 나 좋으면 그만인가? 죽도록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나? 이런 경우도 헷갈릴 것 없다. 어느 쪽이든 일과 나의 관계가 잘못되었다. 나는 반쪽짜리 일에서 빠져나오는 출구전략을 가동해야 한다. 나에게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을 찾는 입구전략을 짜야 한다.

솔직히 나는 이런 경우도 아니었다. 기자를 오래 했지만 그 일은 나에게 안 맞고 세상에도 안 좋았다. 모든 언론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그랬음을 고백한다. 나는 자본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며 기사를 팔았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면 행복한 삶인 양 진실을 호도했다. 성공하고 성장하면 다 되는 것인 양 떠들었다. 나는 세상에 좋은 기운을 더하지 않았다.



내 일이 이렇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멈추고 돌아섰다. 도시를 떠나 산골로 왔다. 귀촌은 나의 출구전략이자 입구전략이었다. 누구든 일을 할수록 세상에 폐가 된다면 차라리 그 일을 멈추는 게 낫다. 그게 세상을 위하는 일이다. 적어도 폐를 끼치지는 않으니까!

일과 나의 관계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내 삶은 단순해졌다. 꼭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할 일만 남았다. 읽고 쓰고 걷는 일은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다. 그 일은 나에게 좋다.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 이제 그 일이 남에게도 좋기를 바란다. 내 안에 기쁨이 넘쳐 주변으로 흐르기를 소망한다.

진짜로 가난한 삶은 엉뚱한 곳에 쏟아 붓는 삶이다. 쓸 데 없는 일에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삶이다. 의미 없는 일에 평생을 투자하는 삶이다. 가슴의 일에 투자하지 않는 삶은 모두 빈곤하다. 그런 삶이라면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속이 텅 빈 실패한 삶이다. 복잡하고 단조롭고 허무한 삶이다. 애만 쓰고 누린 게 없는 고비용 저효율 인생이다. 내 인생 저무는 황혼녘에 그걸 깨달으면 어쩌나? 종점에 이르러 아차 하면 돌이킬 수도 없는데 그 때 후회하면 너무 허망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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