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사원에서 억대 연봉 임원 된 콜센터 업계 '여제'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6.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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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수경 메타넷엠씨씨 이사, 평사원에서 임원 오른 업계 유일 인사…"직업보다 스스로의 가치 올려야"

/이수경 메타넷엠씨씨 이사/이수경 메타넷엠씨씨 이사


‘뚜뚜뚜뚜…’

아무리 정성스럽고 상냥하게 전화를 걸어도 들려오는 메아리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아닌 통화연결이 끊어질 때 나는 기계음뿐이었다. 행여 옆자리 동료가 이를 듣고 비웃지는 않을까 두려워 상대와 얘기를 하는 척 수화기를 놓지 못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20년을 버텼고 결국 원하던 꿈을 이뤘다.

이수경(46) 메타넷엠씨씨 운영1본부 이사(사진) 얘기다. 콜센터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임원이 된 업계 유일한 인사다. 메타넷엠씨씨는 대우정보시스템, 코마스 등 IT서비스와 인프라솔루션 회사들이 속한 메타넷 그룹 산하 업체로 콜센터 업계 1위다.



콜센터 업계는 감정노동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절대적으로 고객의 감정에 맞춰 응대해야 하는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라고들 말한다. 이 이사는 사회생활을 금융권에서 시작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콜센터 업계로 눈을 돌리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옆 부서인 영업부에서 하는 일들을 자주 접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전화로 상품을 권유하고 고객들이 실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굳이 얼굴을 보지 않고도 목소리만으로 상대에게 신뢰를 주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고됐다. 떳떳하게 일을 해도 주변 사람들의 호응은커녕 인정받기도 쉽지 않았다. 의지하던 동료들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일쑤여서 마음 둘 곳도 여의치 않았다. 하루 열두 번씩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 마다 스스로는 물론 동료, 후배들을 다독이며 버텼다.

“콜센터 업무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정규직으로 일하지만 우리를 고용하는 원청사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원으로 일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외부의 시선에 갇혀 있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붕어빵을 팔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붕어빵을 팔아보자’고.”

‘붕어빵 철학’은 평사원이었던 그를 억대 연봉을 받는 자리까지 오르게 한 원동력이 됐다. 누군가의 불만을 해소해주고 좋은 상품을 추천해 주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연구했다. 감정노동으로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방식도 노력으로 깨우쳤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분노는 상대에게 내가 준 에너지와 똑같은 정도의 반응이 오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 하더군요. 고객이 표출하는 분노는 직원 개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불만을 드러내는 고객보다 나의 말을 신뢰해주고 선택해줬을 때의 기쁨을 더 크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더라고요.”

주변 동료들은 그만의 섬세한 조직관리 능력을 높이 산다. 동료와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여성들의 특성을 고려해 조직 내에서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이 그의 주된 임무다. 조언은 현실적으로 해 준다.

“여성직원이 많은 조직을 운영하려면 섬세한 감정관리가 필요해요. 이젠 직원들 눈빛만 스쳐도 ‘요즘 무슨 일이 있구나’란 짐작이 가요. 직원들에게 이 직업으로 반드시 성공하라고 얘기하진 않아요. 다만 목표 하나는 확실히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고만 말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결국 나의 가치뿐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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