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딜 실종 서늘..인수금융 시장 '찬바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6.09.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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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M&A 사라지며 인수금융도 주춤…하반기 동양매직.금호타이어 등 눈에 띄어

올해 들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조(兆) 단위 거래가 자취를 감추면서 인수금융 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다. 일각에선 외형 성장에 주력했던 국내 인수금융 시장이 과도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M&A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대형 매물이 사라지면서 인수금융 시장 역시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7조2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3조9000억원 규모의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M&A로 인수금융 시장이 북적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홈플러스와 한온시스템 M&A의 경우 인수금융 규모만 각각 4조3000억원, 1조9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를 제외하면 1조원 이상의 거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산 공작기계는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에 매각했다. 인수금융 규모는 6750억원 수준이다. 이 외에 쌍용양회, 버거킹, 한라시멘트(옛 라파즈한라) 등이 새 주인을 만났지만 홈플러스나 한온시스템과 비교하면 거래의 규모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가을 이후 인수금융 시장은 상반기보다 더욱 찬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매직, 금호타이어, 현대시멘트 등의 거래가 예고돼 있지만 인수금융 시장에서 기대감은 크지 않다. 동양매직의 경우 매각측이 전략적투자자(SI)를 더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의 의지를 지켜보는 게 먼저다. 현대시멘트 정도가 기대를 끌지만 한일시멘트 등 SI의 움직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I의 경우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재무적투자자(FI)보다 인수금융 수요가 크지 않다.



또 국내 산업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대기업의 계열사 매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산 그룹 외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대기업의 경우 공개매각을 통해 FI에 기업을 매각하기보다 삼성-한화의 사례처럼 물밑에서 다른 그룹사와 조건을 맞추는 방식을 선호한다.

한 금융권 인수금융 담당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인수금융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M&A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일부 공개매각 딜을 지켜보고 있지만 나서서 찾지 않는 이상 일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딜라이브 사례 이후 대규모 M&A는 향후 엑시트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최근의 대형 딜 실종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요즘에는 5000억원안팎의 중소형 딜에 대한 관심이 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사이에선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회로 여겨졌던 인수금융에 대해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5%안팎의 수익을 보장받는 인수금융 분야에 손쉽게 뛰어들었다. 그러다 딜라이브(옛 씨앤앰) 인수금융 만기 연장, 두산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인수금융 디폴트 사태가 불거지며 더이상 인수금융을 안전지대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M&A 거래 자체가 줄어들면서 각 은행과 증권사가 한 가지 딜을 두고 서로 인수금융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4% 이하 이자율의 인수금융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인수금융 구조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M&A 시장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그동안 무분별한 대출 집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요즘 성사되는 인수금융을 보면 여러가지 조건을 덧붙이며 까다로운 구조를 만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수금융 시장 역시 안정적인 형태로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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