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펀드서 쓴맛 본 H&Q, 3호펀드로 명예회복할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6.08.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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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억원 자금 중 50% 이상 투자…LS전선아시아·잡코리아 등 투자로 명예회복 노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이하 H&Q)가 3호 펀드 투자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미소진 자금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호 펀드'의 경우 원금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H&Q가 3호 펀드에서 수익을 올려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Q는 2013년 조성한 5600억원 규모의 3호 펀드를 통해 일동제약 (8,700원 ▲10 +0.12%), 잡코리아, LS전선아시아, 소프트플레이코리아 등에 투자했다. 3호 펀드 자금 중 50%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H&Q는 앞으로 1년 동안 3호 펀드로 조성한 자금의 80~85%까지 소진할 계획이다.



토종 사모펀드 중 가장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는 H&Q는 그동안 부침을 겪었다. 2005년 조성한 30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는 만도, 현진소재, 용현BM, 대한유화공업, 케이에스넷 등에 투자하며 2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청산했다. 연간 내부수익률(IRR)은 30%에 달했다.

H&Q는 1호 펀드의 성공을 발판으로 2008년 비교적 손쉽게 3725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했다. 2호 펀드는 하이마트, 블루버드 투자로 수익을 냈지만 에스콰이아, 메가스터디 투자로 적지않은 손실을 떠안았다. 아직 하나마이크론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남아있지만 2호 펀드는 원금 회수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하나마이크론이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H&Q는 보유중인 하나마이크론 지분을 주가 추이 등을 지켜보며 중국 등 해외 전략적투자자(SI)에 매각할 계획이다.



H&Q는 3호 펀드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투자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2015년 투자한 LS전선아시아가 현재 IPO(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있다. H&Q는 510억원을 투자해 LS전선아시아 지분 20%를 취득했다. 공모가 산정과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H&Q의 투자 성적표가 나오겠지만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 엑시트가 원활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일동제약은 벌써부터 H&Q 3호 펀드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H&Q는 일동제약이 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을 겪던 중 '백기사'를 자처하며 일동제약 지분을 인수했다. 2015년 1398억원을 투자해 지분 29.4%를 매입했다. 한 주당 평균 취득가격은 약 1만9000원으로, 현재 일동제약 주가가 2만8500원임을 감안하면 적잖은 수익이 예상된다. 실적 향상이 이어지고 있는 일동제약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중이다.

H&Q가 2015년말 460억원을 투자해 지분 70%를 인수한 소프트플레이코리아는 영유아 실내 놀이터 업체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키즈카페 '플레이타임', '구름빵' 등을 운영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H&Q가 지분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인수한 잡코리아는 국내 취업포탈 1위 업체로 탄탄한 시장 지배력이 장점이다. 잡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 역시 최근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Q 2호 펀드는 하나마이크론 엑시트 결과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3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어 현재까지 성적표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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