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CCTV 통합관제센터' 불법성 인정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6.08.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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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근거 마련 위해 김앤장에 연구용역 발주, 행자부 "연내 새 법안 발의 목표"

/사진=머니투데이 DB/사진=머니투데이 DB


정부가 전국에 설치하고 있는 '폐쇄회로화면(CCTV) 통합관제센터'의 위법성을 뒤늦게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충분한 법리검토를 하지 않아 정부가 현행법을 어겼다는 비난이 나온다.



21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 보호 컨트롤타워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처리되는 개인영상정보의 보호강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다. 연구기간은 5월부터 10월까지다.

CCTV 통합관제센터란 방범, 교통단속, 시설물관리 등 각각의 용도로 나뉜 CCTV를 한데 모아 각 지자체에서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기구다. 행정자치부는 2011년부터 전국 지자체에 통합관제센터를 만들고 있다. 2015년 12월 말 현재 171개 시·군·구에 설치돼 운영 중이며 2017년까지 전국 230여개 지자체에 모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개보위는 연구 용역을 주면서 "통합관제센터는 설치근거 법령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신들이 5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뒤늦게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개보위가 떠밀리듯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한 배경에는 통합관제센터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외부 비판이 있다. 지난해 개보위가 법령해석 요청을 받아 의결한 안건 37건 중에 11건이 통합관제센터와 관련됐을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적잖다.

2014년에는 장하나 전 의원이 전국 통합관제센터를 전수조사한 뒤 "대부분 통합관제센터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위법 요소는 3가지다. 개인정보보호법상 △CCTV 본래 목적 외 사용금지 △영상 제3자 제공 금지 △임의조작 금지 등이 문제가 된다. 특히 통합관제센터는 관내 모든 CCTV에 대한 다목적 활용을 전제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본래 목적 외 사용금지'에 위배 된다는 지적이다.

개보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관제센터의 설치근거, 운영방식, 영상처리 기준 등을 법령으로 제시하라"고 김앤장에 주문했다.

개보위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는 건 맞지만, 불법으로 인정한 건 아니다"라며 "불법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합관제센터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개보위의 연구용역 결과 등을 참고해 연내 새 법안을 발의하는 게 목표"라며 "CCTV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 삽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업추진 5년이 지나서야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꼴이다. 앞뒤가 뒤바뀐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관제센터는 2010년 6월 대낮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살 어린이가 납치돼 잔혹하게 성폭행당한 이른바 '김수철 사건'이 터지자 치안확보 대책으로 나왔다.

신창주 변호사(법무법인 안양)는 "애초에 법적 근거를 확실히 마련하고 여론을 수렴한 뒤 사업을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지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은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며 "통합관제센터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센터에서 다루는 수많은 영상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대책도 별도로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4월 발주한 '통합관제센터에서 처리되는 개인영상정보의 보호강화 방안 연구' 용역 내용.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4월 발주한 '통합관제센터에서 처리되는 개인영상정보의 보호강화 방안 연구' 용역 내용.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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