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세종대로길 부영 본사 /사진제공=부영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대형 부동산 매입 결정은 철저하게 이중근 회장의 판단에 의존한다. 부영그룹 안팎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의 부동산 매입 노하우는 안목과 타이밍이다. 부영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님이 산 땅 주변에 부동산을 사면 망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76세의 나이에도 현장을 챙길 정도로 직접 발로 뛴다.
이중근 부영 회장
가격만 보는 것은 아니다. 저렴하게 살수록 더 많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너무 뜸을 들이면 좋은 물건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매입한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사옥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징성과 입지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 부담에 쉽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인수가는 조금씩 낮아졌다. 이 회장이 생각한 인수 가능 범위에 들어오자 부영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 회장이 건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임대업 대상을 주택에서 오피스로 확장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생명 본사 사옥은 이달이면 삼성생명 직원들이 전부 떠난다. 부영은 본사 사옥으로 쓰지 않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물색 중이다.
땅을 보는 안목이 남다른 이 회장은 오피스빌딩에 대해서도 나름의 판단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사라졌을 때 '서울'이 외국계 법인들이 많이 찾는 국제도시가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입지가 뛰어난 삼성생명 본사와 삼성화재 본사 사옥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상당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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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공격적으로 땅과 건물들을 매입할 수 있는 배경에는 수십 년 동안 임대업을 하면서 쌓아온 탄탄한 자금력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부동산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