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자' 이중근 부영 회장의 부동산 매입 노하우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6.08.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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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안목·타이밍·자금력 3박자

서울 중구 세종대로길 부영 본사 /사진제공=부영 서울 중구 세종대로길 부영 본사 /사진제공=부영


부영그룹이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을 매입한 데 이어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 인수에 뛰어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영은 일찍이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토지를 잇달아 매입하며 '땅 부자' 타이틀을 얻은 건설사다. 입지 좋은 중심가 대형건물 쇼핑에까지 나서면서 주택임대업을 넘어 오피스 시장의 큰손까지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대형 부동산 매입 결정은 철저하게 이중근 회장의 판단에 의존한다. 부영그룹 안팎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의 부동산 매입 노하우는 안목과 타이밍이다. 부영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님이 산 땅 주변에 부동산을 사면 망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76세의 나이에도 현장을 챙길 정도로 직접 발로 뛴다.



이중근 부영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그는 미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부영이 3150억원에 사들인 송도 인천 옛 대우자판 부지는 2014년 연말까지만해도 1조481억원에 경매에 나왔다. 네 차례 유찰되면서 2516억원까지 떨어진 부지는 부동산개발업체인 대원플러스가 매입할 예정이었나 자금력에 문제가 생겨 결국 부영의 차지가 됐다. 이 회장은 10여 개월 만에 30% 가격으로 인천의 알짜배기 땅을 매입했다. 인천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지켜봐 온 결과다.

가격만 보는 것은 아니다. 저렴하게 살수록 더 많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너무 뜸을 들이면 좋은 물건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매입한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사옥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징성과 입지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 부담에 쉽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인수가는 조금씩 낮아졌다. 이 회장이 생각한 인수 가능 범위에 들어오자 부영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 시간을 끌며 더 유리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었지만 5750억원에 최종 인수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나타나 뺏길 수 있다'는 이 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이 회장이 건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임대업 대상을 주택에서 오피스로 확장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생명 본사 사옥은 이달이면 삼성생명 직원들이 전부 떠난다. 부영은 본사 사옥으로 쓰지 않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물색 중이다.

땅을 보는 안목이 남다른 이 회장은 오피스빌딩에 대해서도 나름의 판단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사라졌을 때 '서울'이 외국계 법인들이 많이 찾는 국제도시가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입지가 뛰어난 삼성생명 본사와 삼성화재 본사 사옥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상당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 회장이 공격적으로 땅과 건물들을 매입할 수 있는 배경에는 수십 년 동안 임대업을 하면서 쌓아온 탄탄한 자금력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부동산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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