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일 미래지향적 관계' 선언…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6.08.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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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위안부 문제 종식·한미일 3각 공조 체제 복원…한중 관계 악화·미국 新행정부 출범 고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겠다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임기 중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하고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를 복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내년초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앞서 한미일 간 동북아시아 집단안보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포석이다.

◇ 한일관계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이고도 창의적인 사고"라고도 했다. 일본으로부터 더 이상의 사죄를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외교적으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일 양국이 12일 10억엔(약 109억원) 규모의 위안부재단(화해·치유재단) 출자 절차에 돌입키로 합의한 것이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전화회담을 통해 이달 중 일본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재단에 10억엔을 출연키로 뜻을 모았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가 예산 약 10억엔을 출자,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지원 사업에 사용키로 합의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서 '반성'과 '사죄'를 거듭 언급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무관치 않다. 아베 총리는 14일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반복 표명해왔다"며 "우리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과 전쟁 과실에 의한 도탄의 고통을 맛본 사람들의 쓰라린 기억은 앞으로도 결코 치유되지 못할 것인 만큼 우리들은 마음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까지 4년째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 "대기업 노조가 한걸음 양보"


박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방침에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를 확고하게 복원함으로써 내년초 출범할 미 차기 행정부가 동북아 안보전략을 한국에게 불리하게 수정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동북아 질서의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한일 관계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기조'는 거듭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면 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경제난만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 시작될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한 당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온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되 북한의 분명한 태도 변화를 대화의 전제로 단 셈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대해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선 물론이고 경제의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국가 생존의 과제"라며 국회의 조속한 노동개혁 4법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근로자들은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개혁 가운데 양대지침에 해당하는 임금피크제, 일반해고제 도입을 위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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