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2050…박스피의 대안 '롱숏'

머니투데이 이태윤 NH투자증권 대안상품개발부장 2016.08.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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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이태윤 NH투자증권 대안상품개발부장

철옹성 2050…박스피의 대안 '롱숏'


미국의 전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는 저성장과 낮은 금리에 대해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구조적 장기침체란 전세계적인 공급과잉과 함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수요 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실제 우리 삶을 돌아보아도 이러한 설명이 적절한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물건이 없었고, 그러한 물건(냉장고·세탁기·자동차 등)을 하나씩 장만해 나가는 것이 우리 가족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우리 나라가 성장하면서 더 이상 이러한 물건을 신규로 구매하는 행위보다는 낡아 못 쓰게 될 때, 대체하는 의미의 수요만이 남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논리로 현재의 디플레이션 환경도 설명 가능하다. 제품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돈이 많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돈 값이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환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대출 받아 공장을 짓고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반대로, 제품이 넘쳐나면 상대적으로 돈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이는 돈 값이 비싸지는 디플레이션 환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는 디플레이션 환경으로 기업은 공장을 지을 필요성(Needs)을 가지지 못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은행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2007년 이후 금융위기로 인한 하락을 제외하면 기나긴 박스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신흥시장의 등장으로 인한 수요(2004년부터의 강세장)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나서 전세계가 구조적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서머스 전 장관은 구조적 장기침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 주도에 의한 재정정책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데, 2011년 유럽위기에서 보듯이 정부의 부채증가를 시장은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서 정부 주도의 강한 재정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과 강력한 수요 견인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든 형국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이 롱숏투자를 하나의 투자 대안으로 부각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롱숏투자는 시장의 등락과는 상관없이 롱(매수)한 종목과 숏(대차매도)한 종목간의 스프레드(차이)가 수익률의 원천이다. 두 종목이 다 하락하더라도 롱한 종목이 숏한 종목보다 덜 하락하면 수익이 난다는 얘기다. 롱숏투자는 국내시장의 경우 2011년 이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나라 시장이 본격적으로 박스권에 진입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때부터 롱숏ELB, 공모 롱숏펀드, 한국형 헤지펀드 등 롱숏투자를 주로 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했다.

롱숏전략은 세부적 전략으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두 종목간의 역사적 괴리를 관찰해 투자하는 페어트레이딩부터 전혀 다른 산업의 전혀 다른 주식의 펀더멘탈한 부분을 고려한 투기성 투자까지 다양하게 구축할 수 있다. 이제 개인도 직접적으로 롱숏을 통한 투자가 가능하기에 향후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가라면 롱숏투자를 재산증식의 주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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