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신분보장’ 제도가 비위판사 '방패막이'

뉴스1 제공 2016.08.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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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징계법과 변호사법 등도 비위법관 보호역할
성매매 부장판사 적발로 개정 필요성 공감대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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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공정한 재판을 위해 헌법이 정하고 있는 '법관신분보장' 제도가 '법관징계법'과 '변호사법' 등 다른 법률 조항들과 맞물려 사실상 비위법관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밤 경찰의 합동 성매매단속으로 검거된 법원행정처 소속 심모 부장판사가 우리 사회에 몰고 온 충격은 작지 않다. 성매매범죄는 물론 모든 범죄를 단죄하는 권한을 부여 받은 법관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관의 인사 등을 담당하고 전국 법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의 '성매수' 행위를 과연 개인의 일탈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의 성매수 행위는 국민적 충격 외에도 '법관징계법'과 '변호사법' 등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왔다.



헌법상 '법관 신분보장제도'가 법관징계법이나 변호사법 등과 맞물려 비위를 저질러 법원을 떠나게 된 법관마저도 두텁게 보호한다는 문제점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헌법상 '신분보장 제도'를 구체화하는 ‘법률’들이 '법관 신분보장제'를 채택한 취지를 벗어나 과도하게 '비위법관'을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면 이는 헌법 이념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 법관 신분보장 조항 …비위판사에게 '특혜'로 작용하면 문제


우리 헌법 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따르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고, 징계처분에 의하지 않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즉 범죄나 비리를 저지른 판사도 국회가 탄핵소추하거나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는 이상 절대 ‘파면’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현행 법관징계법은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의 종류를 '정직·감봉·견책' 세 종류로 정하고 있다. 정직도 최대 1년까지만 할 수 있다. 공무원징계법은 일반공무원에 대해 '해임'과 '파면' 처분도 가능한 것으로 정하고 있고, 검사징계법은 '해임'을 검사에 대한 최고수준의 징계로 정하고 있다.

법관징계법이 정하고 있는 징계종류는 '사법정책적' 맥락에서 이뤄진 '입법사항' 일뿐 헌법이 강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관징계법의 연혁을 살펴보면 법관의 징계종류에 '면직'이 포함됐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헌법이 탄핵소추와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파면요건’으로 정하고 있지만 국회가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아닌 부장판사나 평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한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사실살 유명무실하다.

통상의 재판절차에 비춰 형이 선고되는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법원은 지금까지 정직처분을 내려도 해당 비위법관이 사법부에 남아 사법신뢰가 훼손된다는 논리로 비위법관들을 '의원면직' 처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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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무원 신분으로서 해임과 파면에 따라 입게 되는 불이익이 법관에게는 전혀 없다는데 있다. 해임과 파면이 아닌 이상 퇴직금과 연금 수령 등에 전혀 불이익이 없다. 해임과 파면을 당하는 공무원에게 퇴직금과 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은 것에 대한 일종의 징벌이다.

하지만 비위법관들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훼손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켰음에도 어떠한 방식으로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헌법이 법관의 신분보장을 하고 있는 취지를 일탈한 것이다. 헌법은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지 법관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해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 등록에서도 '특혜'로 작용

현행 변호사법 5조는 변호사의 결격사유 9가지를 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세 가지는 징계처분과 관련된 것이다.

탄핵이나 파면된 사람은 5년, 해임처분을 받은 사람은 3년, 면직처분을 받은 사람은 2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두고 있다.

법관징계법에 따른 법관에 대한 최고수위의 징계는 ‘정직’이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최고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은 후 법원을 떠나도 변호사로 활동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법관징계법과 변호사법이 맞물려 비위행위로 법복을 벗게 된 법관까지도 두텁게 보호하는 모양새다.

범죄를 저질러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은 변호사법 5조의 다른 결격사유에 따라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지만, 범죄가 아닌 비위행위로 '옷을 벗는' 경우에는 검사에 비해서도 특혜를 받는다.

사법부를 진정한 3부 가운데 하나로 독립시키기 위한 사법부 선배 법관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몇 차례의 사법파동을 거치고 유신정권에서 하에서는 정권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법복'을 벗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그의 저서 <사법부>에서 '회한과 오욕'의 역사라는 표현을 썼다.

'법관신분보장' 제도는 사법부 선배들이 국민을 위한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 힘겹게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사법부 후배들은 '비위법관'을 의원면직 처리하고, ‘법관 징계법’ 조항들을 악용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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