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제는 능력중심 사회 문 여는 성공열쇠"

머니투데이 사회=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김민우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6.08.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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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과도한 스펙쌓기 탈피로 사회적 비용↓·고용시장 경쟁력↑"

[전문가 좌담] - 일학습병행제의 바람직한 정책 방향

-사회: 강기택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패널: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김재형 학습근로자, 류병헌 동구기업 대표, 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 일학습병행사업단장, 하상호 학습근로자(가나다 순)

“일학습병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청년들이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정말 배우고 싶은 것에 몰입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능력중심사회는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일학습병행제는 독일·스위스식 도제제도(듀얼시스템)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설계한 ‘도제식 교육훈련제도’다. 산업현장이 중심이 돼 학습근로자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맞춤형 사업이다. 현장 중심의 혁신적 직업교육을 통해 우수한 청년인재 양성과 노동시장 안착을 지원한다.

올해로 도입 3년차를 맞은 이 제도는 기업의 근로자 재교육 비용 및 불필요한 스펙 준비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고용시장의 경쟁력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만들기’의 성공열쇠가 될 일학습병행제의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린동 머니투데이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일학습병행제의 안착을 위해 이제는 제도의 질적 향상에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도입 3년차를 맞은 일학습병행제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사진=이동훈기자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사진=이동훈기자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이하 권 국장)=독일·스위스 등 청년고용률이 높은 국가들 특징이 중등단계에서부터 기업이 인력을 스스로 양성하는 듀얼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2013년 도입한 게 일학습병행제다. 2014년 2079개 기업, 3197명 학습근로자에서 올해 7556개 기업, 2만1260명의 학습근로자로 양적인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학생들에게 빠르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기업 내부적으로 인력양성시스템을 갖추게 했다는 점이 성과다.

▶류병현 동구기업 대표(이하 류 대표)=과거에는 대기업 내부에서 인력훈련 시켜 협력사까지 보내줬다. 하지만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방식은 사라졌고 중소기업이 숙련 기술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회=현장 학습근로자의 만족도가 궁금하다. 어떤가.
류병현 동구기업 대표/사진=이동훈기자류병현 동구기업 대표/사진=이동훈기자
▶하상호 학습근로자(이하 하 군)=마이스터고(수원하이텍고)를 졸업하고 대학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취직해 일하면서 대학과정도 함께 이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해서 지원했다. 대흥소프트밀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취업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학업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사회=미진하거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도 있을 듯 한데.
▶김재형 학습근로자(이하 김 군)=일반고를 졸업한 후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취업했다가 일학습병행제로 대흥소프트밀에 재취업했다. 일하면서 기술도 배울 수 있는 장점에 끌렸다. 다만 현실로 접해보니 일에 무게중심을 더 쏠려 학습이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 일학습병행사업단장(이하 최 단장)=그동안 대학은 교육만 수행하고 기업은 일만 가르쳐왔다. 이것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만 교육하다 보니 학습근로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제도 자체는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도록 잘 짜여 있다. 기업에서 이를 잘 운영해야 한다.

-사회=기업 입장에서 애로사항은 없나.
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 일학습병행사업단장./사진=이동훈기자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 일학습병행사업단장./사진=이동훈기자
▶류 대표=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한 기술들이 있다. 해외영업 노하우나 원가정보 등은 책에 있는 것보다 더 상세한 실체다. 우리 기업은 직종 특성인지 몰라도 일학습병행제 도입으로 상당히 좋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교육프로그램을 맡을 사내교사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

-사회=일학습병행제의 성과 확산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하 군=회사의 이런저런 다양한 기술을 경험하는 게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최 단장=사내교사 문제는 기존 근로자가 교사 역할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다. 사내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문제는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이 인재양성의 책임을 일부를 부담하는 만큼 사내교사를 보유한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자는 부분도 논의가 되고 있다. 학습근로자의 법적 지위 부여도 일학습병행제의 안착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다.

▶권 국장=학습근로자에 대한 명확한 보호, 국가자격 부여 등을 담은 법률을 19대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일학습병행제의 성패는 학습 및 콘텐츠 관리와 운영에 달려있다. 법률 제정을 다시 추진하는 한편 기업현장교사의 역량 강화, 기업 맞춤형 교보재 지원 강화 등을 제도의 질적 형상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

-사회=일학습병행제의 궁극적 목표는 능력중심사회로의 전환인데, 그 단초가 보이는가.
하상호 대흥소프트밀 학습근로자./사진=이동훈기자하상호 대흥소프트밀 학습근로자./사진=이동훈기자
▶최 단장=중소기업에서 마이스터고 나온 학생 5명 채용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일학습병행제 도입 이후 취업희망자가 늘어 5대1이고 10대1이고 면접 봐서 뽑아간다. 특성화고 취학률이 일반고를 역전했다. 능력사회구현이 돼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나중에는 일학습병행제 도입 기업이냐 아니냐가 좋은 기업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때가 올 것이다.

▶권 국장=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불필요한 스펙에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이 과도해 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학습병행제 도입으로 능력중심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본다. 지금은 학교 단계에서 특성화고에 먼저 도입했는데 앞으로 산업계, 특히 서비스 분야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사회=능력중심사회 전환을 위한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류 대표=중소기업 CEO로서 우려되는 부분은 대·중소기업의 급여, 사회적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학습병행제가 좋은 제도지만 힘들게 교육한 아이들이 중소기업에 오랫동안 근무할지 의문이다. 열심히 가르치고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키워놓으면 대기업에서 곶감 빼가듯 빼간다. 대책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인 관계, 납품체계에서 극복할 수 없다. 정책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학습병행제를 바라 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홍보도 더 해야 할 것 같다.
김재형 대흥소프트밀 학습근로자./사진=이동훈기자김재형 대흥소프트밀 학습근로자./사진=이동훈기자
▶최 단장=일학습병행제가 만능도구는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두고 싶다. 제도 하나 도입했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직업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정부는 이를 도와줄 수 있는 틀을 제시하고 평생학습 개념으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는 주목해야 한다. 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게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권 국장=자원빈국인 한국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인적 자원이다. 일학습병행제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이 성패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일학습병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청년들이 정말 배우고 싶은 것에 몰입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지적된 현장에서 심화한 전문성, 교육과정에 대한 부분 개선해나가면서 제도에 대한 정책 지원 의지를 국민에게 널리 알려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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