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육성안 "합병 증권사에 당근줬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한은정 기자 2016.08.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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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발행어음, 외국환 업무 4조이상 증권사에만 적용 아쉬워"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지원책의 자기자본 핵심 기준이 4조·8조원으로 갈무리되면서 그동안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증권사에게 먼저 당근을 줬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단독 승자 없는 IB 지원책=금융위원회는 2일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과 외국환업무 등이 허용되고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3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미래에셋대우 (8,100원 ▲550 +7.28%)의 자기자본 합은 6조7000억원이며 NH투자증권은 4조5000억원,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7,370원 ▲10 +0.1%)은 3조8000억원이다. M&A에 성공한 증권사들은 대부분 4조원에 제시된 지원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증권 (39,400원 ▲1,550 +4.10%)(3조40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원)은 증자나 M&A를 고민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단 어느 한 증권사가 수혜를 독점할 수 없도록 단계적인 지원책으로 결정된 데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계적인 지원책은 대형증권사 사장단이 요구했던 부분"이라며 "자기자본이 가장 큰 미래에셋조차 자기자본 요건 8조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본 조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은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상당히 의미있는 정책"이라며 "초대형 IB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사업영역에서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투자활성화를 통해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저금리, 고령화에 직면한 국내투자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도 당장 8조원으로 증자하기엔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A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에셋이 자기자본 8조원으로 급격하게 규모를 키우기는 힘들 것"이라며 "IMA는 다른 금융상품과 큰 차이가 없고 부동산 담보신탁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4~5년 정도 체력을 키워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4조 이하 증권사들, 증자 나설까=초대형 IB 육성방안과 관련한 또다른 관심사는 자기자본 4조원 이하의 증권사들이다. 선두 증권사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수적인데 최소 6000억원 이상을 늘려야 하다 보니 실익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IB 육성방안은 그동안 증권업계가 고대하며 기다려온 조치"라며 "이번 방안이 IB에 대한 진일보한 체계와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잠자던 업계의 ‘야성적 충동’과 ‘무한경쟁’을 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발행어음, 기업환전 등 외국환 업무가 4조 미만 금융투자업자에 대해 적용되지 않은 것 등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는 일부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무리한 증자로 4조원 이상으로 키우더라도 실제로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낮아진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발행어음 허용시 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에 증권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증권사들이 4조원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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